(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시대의 도래로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처럼 연결되어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게 되면서, 영업비밀 등의 무형자산은 모든 기업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 중 하나가 됐다. IP 및 무형자산 관련 자문사인 오션토모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무형자산의 비중이 기업 가치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통계 자료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업으로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들어 낸 지식재산권(IP) 기타 무형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무형자산의 관리 방법으로는 특허와 영업비밀 보호 제도의 활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중 영업비밀은 주제의 제한이 없고,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절차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특허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에도 영업비밀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 활용도가 높다.

국내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영업비밀을 보호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영업비밀로서 법적인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하고(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어야 하며(경제적 가치성) ▲비밀로 관리되어야(비밀관리성) 한다.

그렇다면 영업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업 내부 자료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기업이 업무 전반에 대하여 작성한 '업무표준 매뉴얼' 등도 영업비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최근 판례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프랜차이즈 사업의 개시 및 가맹점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사항을 매뉴얼 형태로 정리한 '프랜차이즈 사업 매뉴얼', '브랜드 운영관리 매뉴얼' 등의 업무 매뉴얼에 대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9. 29. 선고 2018가합580837 판결)
그러나 위 판례만을 근거로 업무표준 매뉴얼의 영업비밀성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 위 판례는 영업비밀 여부가 다투어진 프랜차이즈 사업 매뉴얼 등에 대하여 '특유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기보다는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려해야 하는 사항, 불특정 다수인이나 업계에 이미 알려진 사항, 참고 가치가 적은 사항 등에 관하여 기본적, 일반적 내용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경제적 가치성, 비공지성을 부정하였는데, 그렇다면 '특유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은 경우에는 업무 매뉴얼이라 하더라도 영업비밀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위 판례에서는 제품의 컨셉, 제조원가, 원료별 배합비, 제조 및 포장 공정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개발완료보고서'의 경제적 가치성과 비공지성을 인정했다.

따라서 기업의 특유한 업무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고 취득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만한 것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만든 업무 매뉴얼의 경우에는 영업비밀로서의 경제적 가치성과 비공지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경제적 가치성과 비공지성이 인정된다는 것만으로 영업비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비밀로서 적절하게 관리되어야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술이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특허와는 달리 영업비밀은 그 내용이 공개되면 보호받지 못하게 되므로, 회사로서는 적절한 보호 조치를 통해 비밀의 유지 및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특히 판례는 '영업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정보와 차별화된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주된 요소로 보고 있으므로, 다른 정보와 비밀 정보가 차별적으로 관리되었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날 정도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내 비밀 자료 관리에 대한 내부 규정을 마련하고, 비밀 자료에 적절한 보안 등급을 부여해 분류한 다음 접근 매체 및 접근 권한을 세분화하여 관리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자료는 분리된 보관장소에 보관하면서 출입을 통제하는 등 물리적인 보안 조치를 추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특히 기업 내부에 보안규정을 별도로 두고 비밀 관리에 있어 해당 규정을 따를 것을 내부적으로 고지했다면, 이에 근거해 비밀 관리가 되었는지 여부 또한 비밀관리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특허청 산하의 영업비밀보호센터에서 제공하는 '영업비밀 원본증명제도'의 활용 또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업비밀 원본증명은 부정경쟁방지법 제9조의 2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전자지문 등록 당시에 해당 전자문서의 기재 내용대로 정보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당 정보가 비밀로 관리된 시기에 대한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간명하고 저렴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처럼 분쟁 상황에서 기업의 특유한 업무 프로세스가 포함된 업무 매뉴얼을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법무법인(유) 충정 서라경 변호사)
jwchoi2@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4시 00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