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예순두 번째 생일을 맞았다. 1960년 12월3일생으로 지난주 토요일이 생일이었다.

하루 전인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SK그룹 서린사옥에는 축하 선물이 속속 도착했다.

그 중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낸 축하난이 있었다.

김 회장은 평소 신용과 의리를 중요하게 여기기로 유명하다. 재계 '오너 2세' 기업인으로서 오랜 기간 돈독하게 관계를 쌓아온 최 회장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최태원 회장 생일을 기념해 꽃선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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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끈 건 바로 옆에 놓인 꽃선물이다.

발송인에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이름이 적혀 있었다.

한화그룹 오너일가 2대가 함께 최 회장의 생일을 축하해준 셈이다. 두 사람의 선물은 잠시 후 SK 관계자들을 통해 옮겨졌다.

사실 김 부회장의 행동은 다소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최태원 회장과 세대가 달라 접점이 많지 않은데다 여전히 부친 김승연 회장이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화그룹의 경우 올해에도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다만 최근 김 부회장이 빠르게 경영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도 있다. 한화그룹의 후계자이자 차기 총수로서 재계 맏형 격인 최 회장의 생일을 챙겼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대규모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등을 통해 '3세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회장으로부터 세 아들로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됐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장남인 김 부회장은 지난 8월 승진 이후 한화그룹 대표로 공식 석상에 나서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지분 승계는 아직이지만 사실상 경영권은 이양됐다고 보는 게 맞는다는 시각이 존재할 정도다.

사우디 왕세자 만나고 나오는 기업 총수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맨 오른쪽)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오른쪽 세번째) 등이 17일 오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티타임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2.11.17 hama@yna.co.kr



일례로 김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한하고서 주요 그룹 총수들과 티타임을 가졌을 당시 한화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들과 나란히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배'들과 함께라는 점을 의식한 듯 가장 일찍 도착해 자리를 지키는 모습도 보였다.

일주일 뒤(24일) 김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 방문했을 때 직접 안내를 맡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레드백 장갑차에 대해 "호주를 넘어 세계시장에서 좋은 성과가 있길 바란다"고 격려하자 김 부회장은 "호주 수출 최종에 올라갔는데 할 수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재계에선 한화그룹이 올 하반기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으로 그룹 전반을 재정비하고 있는 것을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남은 절차가 모두 끝나면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 밑에 ▲에어로스페이스·솔루션(방산·에너지) ▲한화생명(금융) ▲호텔앤드리조트·갤러리아(유통·호텔·리조트) 등이 나란히 놓이게 된다.

김 회장 아들들의 행적을 고려할 때 향후 각각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돼 온 사업들이다. 삼 형제가 독자 경영을 할 수 있는 모양새가 갖춰진다고 볼 수 있다. 향후 필요시 회사를 분할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사적으로 축하꽃을 보낸 배경 등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기업금융부 유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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