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요빈 이규선 기자 = 대부분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내년 달러-원 환율이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정점에 다다르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최종금리 인상 수준과 속도 및 역내 수급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한 세부 전망에는 차이가 있었다.

27일 국내 은행 및 증권사,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경제연구기관 등의 내년 달러-원 전망을 살펴보면 대체로 상반기 중에는 고점을 찍고 내려올 걸로 예상했다.

한편 몇몇 보고서는 연준이 이번 달에 금리 인상 폭을 50bp로 축소하고, 물가가 상승세를 둔화하기 이전에 나온 만큼 이를 참작하며 전망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 국내 은행·연구소, '상고하저' 무게…적정환율엔 눈높이 차

국내 주요 은행 및 증권사들은 내년도 달러-원 환율이 1,220~1,41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수의 기관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전망했지만 작년 연간(2022년) 전망치보다 저점과 고점 사이 범위가 약 200원으로 훌쩍 넓어졌다.

최근 연준의 긴축 행보가 속도를 늦추면서 내년엔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피벗' 기대감이 점차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킹달러'로 불린 달러화 가치는 정점을 찍고 완만하게 하락하면서 달러-원도 하향 안정화에 무게가 실렸다.

소재용 신한은행 팀장은 "중기적으로 물가에 치중했던 연준의 정책스탠스가 경기침체 및 금융불안과 점차 균형을 맞추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경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 팀장은 "내년에는 일방적인 미 달러 강세가 누그러지며 달러-원 환율은 상고하저 패턴으로 움직일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연평균 1,290원 수준으로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경제 및 금융시장 정상화, 글로벌 교역 회복, 거래량 증가 등을 고려하면 원화는 1,300원 내외로 하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년도 국내 경기 둔화 가능성은 원화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높은 환율 수준에 대응한 외환당국의 미세 조정 및 컨틴전시 플랜과 국내외 인플레이션의 추세적 큰 폭의 감소 여부를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국내외 실물경제의 침체 현실화 가능성 및 지정학적 리스크를 약세 요인으로 제시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말부터 국내 경제에 대한 회복세가 끝났다는 견해가 대두하며, 향후 둔화 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의 성장률이 견조한 만큼 달러 선호 현상은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급락했으나 강달러 기저가 유효하고, 중국발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대세 하락장을 논하기엔 재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발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위안화 약세 등 상대적으로 민감한 재료들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 확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국내 은행, 증권사 등 기관 내년 환율 전망치


◇해외 IB도 상고하저…상반기 반등 전망도

해외 투자은행(IB)도 내년 달러-원을 상고하저 장세로 점쳤다.

골드만삭스와 홍콩상하이은행(HSBC), 바클레이스 등은 내년 달러-원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국채 세계국채지수(WGBI)에 포함, 중국의 리오프닝, 경상수지 개선, 주식시장 외국인 유입 가능성 등이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혔다.

HSBC는 한국 국채 WGBI 편입이 내년 3월 중 확정되고 9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편입 과정에서 58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가 유입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경상수지 개선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진단했다. 또한 내년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유입되며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의 리오프닝도 원화 강세 요인이다.

바클레이스는 중국 경제 회복이 원화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봤고 씨티도 원화가 중국 리오프닝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HSBC는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외환스와프가 올해를 기점으로 종료되는 점을 변수로 지적했다.

또한 서학개미로 대표되는 거주자 해외 증권투자도 달러-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월평균 20억 달러에 가까운 순유출이 있었다. 지난 9월 내국인 해외증권투자가 30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지만, HSBC는 내년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 해외투자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씨티도 달러-원이 내년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봤지만, 단기적으로는 달러-원이 1,400원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내년 주요국 경기 침체 위험, 겨울철 가스 가격 상승 위험, 메모리 반도체 업황 둔화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자본 유입 불확실성 등이 달러-원에 상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봤다.

다만 내년 하반기 글로벌 D램 시장의 회복, 한은의 매파적 입장, 스무딩 오퍼레이션 등으로 인해 달러-원이 1,300원까지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 IB 내년 환율 전망치


◇ 경제 및 금융연구기관, 환율 안정에 대내외 변수 지적

경제 및 금융연구기관들도 상저하고 흐름 와중에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에 따른 환율이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국제금융연구원은 내년 환율 평균치를 1,360원으로 제시했다. 최근 달러화 강세가 다소 완화되었지만 환율의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반영한 수준이다.

국제금융연구원은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지연과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경상수지 악화 지속 등 위험요인이 현실화할 경우 달러-원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환율을 1,320원 내외로 전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과 러-우 전쟁의 장기화, 유럽 경제의 불안정성 등 달러 강세 요인과 중국 경기 위축에 따른 위안화 약세와 국내 수출 둔화 등을 잠재적인 환율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무역적자 흐름도 환율 안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도 경상수지는 상품수지 개선 등으로 흑자 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세 지속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경색 현상 심화 등을 리스크 요인으로 제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경상수지는 상반기 215억 달러, 하반기 295억 달러, 연간 510억 달러를 전망했다. 올해는 413억 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경제 및 금융기관 내년 환율 전망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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