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거래소·페이코인 실명계좌 토로…리스크 관리 허들 높아졌나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한목소리로 실명계좌 규제와 관련한 대책을 요구했으나, 디지털자산특위를 비롯한 당국은 리스크 관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작년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가 연이어 발발하면서 이에 대한 관리 허들이 높아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31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신산업 규제혁신 TF 연구 결과 보고회'에서 실명계좌 규제 문제를 토로했다.

디지털자산특위 연구 결과 발표 이후 김덕중 플랫타익스체인지 대표는 "코인마켓 거래소 경영 상황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지만, 가상자산업계는 바뀌지 않았다"며 "은행 실명 계좌를 인증하는 키를 쥐고 있는 곳이 어떤 정책 방향성을 가진 것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코인마켓 거래소 10곳은 은행 실명계좌 확대를 요구하며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자 협의체(VXA)'를 설립했다.

원화마켓 거래소 중심으로 시장이 독과점을 이루고 있는데, 그 근본 배경에는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은행 실명계좌가 자리한다는 게 VAX의 판단이다.

코인마켓 거래소뿐만 아니다. 실명계좌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가상자산사업자 변경 신고 불수리를 통보받은 페이프로토콜 역시 서비스 종료 위기에 놓여있다.

안영세 다날 전략지원실 상무는 "모기업 산하 자회사에 적자가 수백억 원이 나고 있는데도 당국 지침을 잘 따랐는데, 불수리 통보를 받았다"며 "기한을 2~3달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르겠다는 답변만 왔다"고 말했다.

이어 "실명계좌는 받아올 것"이라며 "막바지 단계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자 변경 신고를 받기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하고, 시중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어야 한다.

사업자의 자금세탁 여부를 은행이 감시하도록 하기 위함이지만, 오히려 사업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됐다고 업계는 토로하고 있다.

디지털자산특위 역시 문제에 공감했지만,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전인태 가톨릭대 교수는 "실명 계좌 확대 개편에는 동의한다"며 "방향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급하게 갈 수는 없어 바로 시작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이동욱 금융정보분석원(FIU) 가상자산검사과장 역시 "은행 실명 계정을 특금법에 규정한 이유는 가상자산에 내포된 자금세탁 위험성 때문"이라면서 "(사업자) 입장은 이해가 되지만, 실명 계좌 발급은 은행과 사업자 간 사적 계약 영역이라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 내 독과점 문제의 경우, 실명계좌 역시 한몫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정 거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은행의 계좌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특정 거래소에 고객이 묶이거나, 몰아주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용자들 간 칸막이를 설치하니 거래소 간 유동성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고팍스 거래량이 일부 코인 거래소보다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명계좌만으로 독과점을 야기한다고 보긴 어려우나, 독과점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라면서 "특금법이 개정되거나, 은행이 실명 확인 계좌를 자유롭게 제공하거나 둘 중 하나가 이루어져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내 리스크 문제가 대두되면서 요구되는 리스크 관리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진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작년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자, 은행이나 당국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 있어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계속 벌어져 은행 입장에서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고 당국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리스크 관리를 입증할 역량을 보여주는 게 현재로서는 좀 더 빠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산업 규제혁신 TF 연구 결과 보고회
출처: 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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