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박준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홍역을 앓았던 멀티플렉스업계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대작들이 예상보다 저조한 흥행 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팬데믹 기간 극장의 수익성 방어를 위해 인상했던 티켓 가격을 다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영화관 매출액은 2천7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인 1천135억원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늘었지만,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에 집계된 4천677억원과 비교하면 약 58.4% 수준이다.

관객 수로 비교해도 지난 2019년 1분기에는 5천507만명이 극장을 찾았지만, 올해 1분기 관객은 2천514만명으로 45.6% 수준에 그친다.

코로나19 이후 멀티플렉스업체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티켓 가격을 인상하면서 1인당 매출은 소폭 늘어났지만,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회복되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월 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극장가에 본격적으로 온기가 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색한 성적표다.

업계에서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콘텐츠 소비 패턴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넘어간 이후 관객을 다시 극장까지 유인할 '킬링 콘텐츠'가 부족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올해 극장에서 상영한 대다수의 국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CJ ENM이 야심 차게 내놓은 뮤지컬 영화 '영웅'의 관객 수는 325만명으로,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350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제작비 약 130억원~150억원가량을 투입한 '교섭'과 '유령'은 각각 172만명과 66만명을 동원했다. 역시 손익분기점에 미치지 못한 숫자다.

이밖에 지난 1분기 개봉한 '스위치', '카운트', '웅남이' 등 국내 영화들은 현재까지 관객 40만명 안팎의 관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관객 400만명을 넘긴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 단 2편뿐이다.

지난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스오피스 5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흥행몰이를 이어갈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자 멀티플렉스업체의 고민도 깊어졌다.

지난 3년간 멀티플렉스업체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티켓 가격을 여러 차례 인상했지만, 비싸진 입장권이 되레 극장가의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관람료가 오르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인기를 끌면서 '굳이 그 돈 내고 극장 가서 봐야 하나'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최대 위기가 온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멀티플렉스업체들은 클라이밍 짐, 전시회 등을 극장에 설치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업계 관계자는 "즉각적으로 티켓 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렵다"라면서 "관객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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