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부분 경제 영역에서 그리스는 스페인보다 걱정스럽다는 게 통설이다. 스페인의 국채 금리는 하락해 스페인 정부가 공식 구제금융 신청을 거부하는 명분을 제공하는 반면 그리스는 2년 넘게 장기 채권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은 3년 새 20%나 감소한 데 반해 스페인의 GDP 감소폭은 5%에 그쳤다.

하지만 스페인이 그리스보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양국이 부채 위기에서 벗어났을 때 스페인은 그리스보다 성장할 여력이 작다는 점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추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잠재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반면 스페인 경제는 잠재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를 뜻하는 생산갭은 그리스에서 13.0%로 나타났지만 스페인에선 4.6%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그리스의 성장률(실질 GDP 증가율)은 추진력을 얻으면 잠재 성장률(잠재 GDP 증가율)까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스페인의 성장률은 현 수준에서 크게 오르기 어렵다. EU 집행위는 스페인 노동시장 구조를 문제삼으며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스페인의 경제 회복은 노동력 부족으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은 과거 부동산 붐을 타고 관련 일자리가 많이 늘어 실업률이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졌고 이 업계 종사자들이 실업자에 포함되면서 실업률이 높아졌다. 스페인이 지속적이고 인플레 걱정이 없는 성장을 구가하려면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오는 20일 그리스 문제를 논의하고자 회동할 예정이다. 장관들은 그리스의 부채 감축 시한을 2년 연장하는 데 합의한 가운데 이에 따른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장관들이 이날 합의를 한다면 그다음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스페인이 될 수 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hj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