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외환당국이 달러-원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원인으로 업체들의 과도한 '리딩&래깅(leading and lagging)'과 이를 조장하는 은행권의 외환딜러를 직접 지목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는 22일 당초 일정에 없던 기자브리핑을 통해서 "최근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과하다"며 "원화 절상 기대감으로 수출입업체들이 결제를 미루는 등 '리드&래킹'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를 부추기는 일부 딜러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달러-원 환율은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에 의해서 하락압력을 받고 있다. 외화자금의 결제시기를 의도적으로 앞당기거나 지연하는 업체의 '리딩&래깅'이 확산되면서 수급 불균형이 확산되고 있다.원화 절상심리가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앞서 재정부는 지난 11월초에 이미 대형 수출업체와 간담회에서 업체들의 과도한 달러 매도가 다시 환율 낙폭을 키우는 소위 '죄수의 딜레마' 현상을 우려한 바 있다.

외환당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은행권의 딜러들이 환율 쏠림현상을 자극하고 있다고 한 발 더 나갔다. 시장의 소식통 역할을 하는 '메신저'를 타고 네고물량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다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출입업체의 외환업무에 은행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업체 네고물량이 실제 거래량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특정업체의 네고물량이 얼마가 나올 것이란 추측이 만들어지고 이런 내용을 종합해 은행들이 기업에 환율 어드바이스를 한다"며 "그러나 막상 장을 마감한 이후에 보면 물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게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당국의 깊어진 고민과 달리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묘수가나올지는 의문이다. 최종구 차관보도 "은행딜러들의 입장에서는 기업고객들에게 고유의 환율 컨설팅 업무를 하는 것인데, 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당국으로부터 환율 하락의 원인제공자로 지목된 은행권의 딜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원화 변동폭이 줄면서 뚜렷한 환율 방향성을 가지고 거래하기도 쉽지 않다"며 "최근 환율 하락은 딜러들의 투기적인 포지션 거래보다 수출업체의 일방적인 네고물량에 의한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 딜러는 "과거와 달리 대기업의 경우 내부적으로 환율에 대한 뷰를 가지고 환전을 한다"면서 "단순한 조언자 역할인 은행들을 수급 불균형을 부추기는 조장자로 표적으로 삼은 것은 또 다른 마녀사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공업체의 한 외환담당자는 "외환업무에서 은행의 판단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게 사실이다"며 "환율이 하락할 때 은행들이 서둘러 달러를 팔아야 한다고 권고하면 아무래도 수출업체들도 이를 따르기 마련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금처럼 환율이 하락할 때는 심리적으로 매도세력이 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결제보다 네고가 득세하는 측면도 있다"고 추정했다.

eco@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eco28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