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리스에 국채 위기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09년 미국의 추수감사절 즈음이었다.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두바이월드가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은 휘청거렸다. 사람들은 중동발 문제가 유럽으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리스는 그 도착지로 가장 유력했다. 그리스는 세 번의 추수감사절을 더 맞으면서도 아직 부채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달 들어 두 번째로 열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가 그리스 구제금융의 차기 지원분 집행에 관해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23일 금융시장은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그리스가 곧 부채를 줄이고자 민간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채를 조기 환매(바이백)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동안 강경했던 독일이 전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해 그리스에 100억유로(약 14조원)를 추가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 분기점이 됐다. 확충된 100억유로는 국채 환매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국채 금리는 하락했고 주가는 상승했다.

하지만 그리스의 국채 바이백이 유로존 위기의 해법은 아니다. 바이백을 통해 그리스는 다시 한 번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뿐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긴축 시한이 연장되고 공적 채권단이 그리스 국채에 대한 투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그리스가 약속한 대로 부채를 줄일 수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3차 구제금융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업들은 그리스 시장에서 수익을 거둘 기회를 찾지 못한 채 떠나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을 비롯한 주요 은행들이 그리스에서 지점망을 대폭 줄이고 있고 영국 커피체인점 코스타 커피가 금융위기의 부담으로 그리스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부채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그리스가 성장 동력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 이대로라면 그리스는 내년 추수감사절에도 위기의 숲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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