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열은 구조적 차이로 분화가 심화돼 금융시장 간의 연결고리가 끊기는 현상을 말한다.

이상적으로 합리적인 시장이라면 시장 간 돈의 이동에 어떤 걸림돌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한쪽으로 자금의 쏠림이 발생하면 다른쪽에 재정거래(arbitrage) 기회가 생겨 자연스레 균형이 맞춰진다는 게 현대경제학의 논리다.

금융분열은 금융시장에서 이 같은 조절 과정이 이뤄지는 걸 막는다.

쉽게 말하면 이곳저곳의 시장들이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금융분열이 가장 심각한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들 수 있다.

유로존은 같은 통화를 사용하는 단일시장을 표방하며 출범했으나 '중심국(core)'과 '주변국(periphery)'으로 찢겨 있다.

국가 간 환율 변동 메커니즘이 없어진 가운데 회원국 간 재정 건전성의 격차가 벌어진 게 분열을 일으킨 근본 원인이다.

유로존의 금융분열에 대해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해 11월 취임하기 전만 해도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던 인물이었다.

그러던 그가 두 차례의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을 통해 1조유로가 넘는 돈을 풀더니 지난 9월에는 이른바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라는 무제한 국채매입 프로그램까지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유로존의 금융분열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ECB가 OMT를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한 기본 근거는 '금융분열로 통화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준금리를 내려봤자 주변국에서는 아무런 통화완화 효과가 안 난다는 이야기다.

이를 극복하려면 '통화적인 예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드라기 총재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퍼붓는 건 근본적으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 게 유럽통합에 박차를 가하자는 움직임이다.

최종적으로 재정동맹까지 나아가되 중간 단계로 금융동맹을 설정하자는 게 보다 구체적인 안이다.

금융동맹의 핵심 고리는 ECB가 유로존 은행들을 통합 감독한다는 데 있다.

통합 감독 체계하에서 영구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가 회원국을 거치지 않고 회원국의 은행에 직접 구제금융을 지원, 재정위기와 금융위기가 악순환 하는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2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은행회의에서 한 '금융동맹의 근거와 원칙'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도 '금융분열'을 여섯차례 언급하며 금융동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제경제부 김성진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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