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명박 대통령이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에게 한국 금융회사의 태국 진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0일 열린 정상회담에서다.

이 대통령은 "한국 금융기관의 태국 진출이 양측 간의 교역과 투자를 촉진할 것으로 공감하고 정부간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금융회사 진입을 허용해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태국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한국 금융회사의 진출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7년 태국 금융기관들이 대규모 손실을 내자 해외 투자자들은 태국에 대한 자금 회수에 나섰다. 복수통화바스켓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던 태국 정부는 바트화 절하를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지만 외환보유액만 소진하는 결과를 맞았다.

이에 같은 해 7월 태국 정부는 자유변동환율제로 돌아섰고 바트화는 폭락했다. 바트화 폭락은 동남아 각국 통화가치 절하를 불러오며 아시아 외환위기의 실마리가 됐다.

당시 태국에 진출해있던 한국 금융회사로는 외환은행과 산업은행이 있었다. 이들은 태국 정부의 만류에도 철수를 결정했고, 이후 태국 금융당국은 15년째 한국 금융회사의 진출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태국 정부가 해외 금융기관이 철수하면 국가 신인도나 바트화에 부정적이라며 붙잡았지만 철수를 강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태국 재진출 허가를 내주지 않아 현재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는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태국의 이같은 단호한 방침을 한국 금융당국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서울지점이 한국에서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고 ING생명 한국법인과 영국 아비바그룹도 매각을 통해 철수할 계획을 세우면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ING생명과 아비바그룹은 각각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에 지분을 매각하고 떠나려는 반면 골드만삭스 자산운용 사업부문을 닫으며 직원 40명 중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으며 비난을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금융시장에 이바지하지 않는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해 금융당국이 태국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에 위탁했던 자금을 전액 회수하기도 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부 규제도 강화되며 사업 중단이나 축소를 검토하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사업을 접고 고용을 줄이면 한국에서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산업증권부 이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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