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증권업계의 갑과 을. `갑 중에서도 최고의 갑'으로 통하는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이 `을 중의 을' 자문사에 깜짝 방문했다.

"들어와라" 한 마디면 되는데, 이사장이 운용단장과 직접 움직인 게 매우 이례적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과 함께 3대 공적연금으로 꼽히는 공무원연금 안양호 이사장은 최근 유승록 자금운용단장(CIO)과 함께 "차나 한 잔 달라"며 3곳의 자문사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자문사 대표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더 특이한 것은 3곳의 자문사가 공무원연금 자금 운용 자문사 가운데 수익률 하위 3곳이었다는 점이다.

연말, 1년 수익률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이 시점에 "돈 빼겠다"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인 이 3곳의 자문사에 "잘 부탁한다"고 했다니.

수익률 1위를 한 템피스자문은 5일에 있었던 공무원연금 내년 투자전략 세미나에 초대됐다.

허장 대표는 "이렇게 힘든 해는 처음이었다. 논리를 따라가면 시장을 진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싸움이며 사전에 정해 놓은 원칙대로 심리를 이겨 실행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이는 안 이사장의 `섬김의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작년 9월 공무원연금 새 이사장으로 임명된 안 이사장은 행정안전부 제2차관 출신이다. 이 때부터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공무원연금은 올해도 유사 연기금보다 매우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해야 할 처지",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며 기존 운용실적마저 나쁜데 뼈저린 반성을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달 국감에서는 위탁운용사 선정 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공무원연금이 작년 주식투자로 1천300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지적도 받았다.

보통 수익률이 나쁘면 연기금은 해당 회사를 불러서 경고를 한다. 안 이사장과 유 단장의 정반대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산업증권부 곽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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