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에도 무던하게 버티던 기업들이 하나 둘 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특히 일부 기업은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에도 회사채 등이 롤오버 되지 않으면서 자칫 흑자도산의 처지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올해 중반부터 국내 자금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지하고 있었다. 연말부터 기업의 자금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날 수 있어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청와대 서별관회의 등을 통해 여러차례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기업자금시장은 '유동성(liquidity)'의 문제가 아니라 '지급결제능력(solvancy)'의 문제다. 특히 내수 부문 비중이 큰 건설업종의 자금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자체 집계한 바에 따르면 건설업계가 2013년말까지 롤오버해야 하는 자금만 13조원 수준이다. 회사채가 7조1천억원 수준이고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가 5조9천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경기 급냉으로 건설사들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비용 등을 감당하고서라도 회사채와 ABCP를 롤오버하고 싶어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특히 극동건설 부도가 모기업인 웅진지주로 옮겨가면서 회사채에 대한 불신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웅진그룹이 상식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회사채 수요자들은 어지간한 신용을 가진 회사채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회사채 유통의 핵심 축인 증권사들이 이 시장에서 잇단 내상을 입으면서 분위기가 더 얼어붙고 있다. 웅진 관련 회사채를 중개했거나 자체 투자에 나섰던 일부 증권사는 대규모 손실을 떠안으며 회사채 관련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감독 당국도 시장의 이상 징후가 당초 우려보다 심각하다며 다급하게 나서는 모습이다. A등급 이하 회사채의 만기도래액만 20조원에 달하는 등 자금 경색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9일 "경색된 회사채 시장을 풀고자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시장을 활성화하고 하이브리드 채권이나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채권도 활발히 발행할 수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장이 제시한 대책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되면 좋겠지만 당장은 좀 어려워 보인다. 결국 회사채 시장의 경색이 자금 부족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투자 수요자들의 외면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정책금융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