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그리스의 구제금융 차기분 지원이 다시 늦어지려 한다. 지원의 선결 조건인 국채 환매(바이백) 일정이 저조한 참여 속에 연기됐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채권단의 환매 신청을 하루 더 받아 목표치를 채우겠다는 것인데 주요 채권단인 그리스 은행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걱정스럽다.

유동성이 부족한 그리스 은행들은 이 환매에 참여하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없고 '배드뱅크'를 포함한 일부 독일 채권단도 100억~150억유로(약 14조~19조원)어치의 국채를 더 환매 신청해야 할 압력에 놓였다.

그리스 4대 은행도 처음에는 보유한 국채 전량을 환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지만 원래 시한이었던 지난 7일 은행들은 보유한 국채 전량 170억유로 대신 100억유로만 환매하겠다고 신청했다. 그리스 은행들은 정부가 제시한 환매 조건이 예상보다 좋았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환매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환매에서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한 그리스 은행가는 "시장 조성자로서, 고객을 만족시킬 수단으로서 국채 일부를 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국채 액면가의 3분의 1이라도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더 욕심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고비만 넘기면 차기 지원분 가운데 240억유로를 자본 확충 명목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도 환매 참여를 꺼리게 했다.

은행들은 이번이 마지막 환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스텔리오스 파파도풀로스 국채관리청장은 채권단이 한 발짝 나와야 한다면서 그리스가 2월 이후 또 한 차례 헤어컷(채권 원금 삭감)을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환매에서 제안된 수준의 환매 기회가 앞으로 없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환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위험할 것"이라며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정치의 변덕을 고려하면 차기 환매의 조건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영국 시간으로 11일 정오까지 환매 신청을 받을 예정이며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오는 13일 차기분에 대한 공식 지원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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