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 3분기 중 제조업 생산증가율이 사실상 멈춰 섰다.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2분기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 생산증가율은 2009년 2분기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코스피의 변동성은 역대 최저다. 코스피는 최고점과 최저점의 중간값인 1,908에서 위아래로 고작 7.8%포인트 움직였다. 작년 변동폭의 비해 절반 수준이다.

경기 부진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모두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가 압도적으로 '올해보다 안 좋을 것 같다'는 페시미스트(pessimist, 비관주의자)로 변신하고 낙관론은 자취를 감췄다.

대중소기업 할 것 없이 지출을 줄이고 투자를 제한하는 양상이다. 금융기관들은 지점을 통폐합하고 인원을 축소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간판 기업들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개별 기업 입장에선 냉혹한 시기를 대비해 재빨리 내핍 모드에 돌입하는 게 맞겠지만, 대기업이 먼저 이렇게 나서면 중소 사업체들은 더 먼저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가 요즘 같은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면 현재의 위상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엔 동의하지만,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들이 앞장서서 빗장을 걸어잠그면 기업 생태계에서 이들이 윤리적 `선(善)'을 선택했다는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다.

큰 덩치와 시장지배력을 가진 기업은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요구받는 시대다. 모두의 불안을 제거하려면 선구자적인 `큰 기업' 정신이 필요하다. 큰 기업일수록 경제계와 공동체 전체를 아우르는 통큰 횡보가 요구된다. 구조조정과 예산절감을 남보다 먼저 시행할 게 아니고 돈을 풀고 주변과 공생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궁극적으론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자기확신이 절실하다.

전경련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우리나라 글로벌 기업들은 불황 때 연구개발(R&D) 등의 투자를 늘려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이뤘다. 경기불안의 현 시점에서도 대기업들의 상생 차원의 투자가 더 활발하길 바란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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