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래됐지만 그간 크게 화제가 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내자면 스페인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펙시트(Spaxit)라는 신조어로 불리는 스페인의 유로존 탈퇴는 스페인 경제가 계속 침체되고 실업률이 하락할 줄 모르는 가운데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고실업, 저성장 국면에서 여론은 언제든지 이렇게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당하느니 차라리 유로존을 떠나자고 돌아설 수 있다.

르네상스 캐피털은 11일 보고서에서 "앞으로 몇 년간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스페인이 유로존을 떠나느냐"라면서 "스페인이 유로존을 탈퇴하면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와 같은 반응이 시장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독일 스타일의 강력한 통화 연합체 안에서 경쟁력을 갖춰 생존하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을 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스페인은 강한 경제 회복 없이 고용을 창출할 수 없는 지경이다. 복지 체계가 정립된 1981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일자리가 새로 생기지 않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연 2.4%에 못 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스페인 경제가 2017년께 회복되겠으나 성장률은 1.7%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 가운데 지난 4일 스페인 국채 발행에서 발행량이 예상보다 부진했던 것은 의미심장하다. 정부가 그동안 동원한 스페인계 은행의 국채 매입 능력에 한계가 왔음을 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경직된 고용 시장과 치솟는 실업률, 막대한 부채 부담은 스페인 사람들에게 페세타화 체제로 돌아가는 것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스펙시트 이후 통화 가치 절하가 스페인 경제 성장률을 평균 3.7%로 높일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동안 발행된 유로화 표시 국채는 상환이 정지됨은 물론 채무조정이 불가피해 시장은 또다시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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