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보험사 역마진 문제 심각하지만, 그렇다 해서 무모한 투자를 하는 건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투자를 하자고 스스로 다잡고 있습니다"

한국 자본시장의 큰 손 농협금융지주 계열에서 최고의 채권 전문가로 꼽히는 김도안 NH농협생명 투자운용부장의 얘기다.

김도안 부장은 23일 연합인포맥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생명보험사의 사례를 자주 언급했다.

1990년대 말 일본 생보사들의 파산은 이차(利差) 역마진 문제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이를 해결하려고 무리하게 리스크 테이킹을 했던 게 잇단 파산 사태의 주된 이유가 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일본 생보사들의 파산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리스크와 수익의 균형을 맞추는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며 "당분간 안정적인 운용기조를 유지하면서 저평가된 틈새시장 발굴을 통한 초과수익 창출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198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1996년 채권운용역을 맡게 된 것을 계기로 채권시장에 입문했다. 농협공제 채권운용팀장과 투자운용팀장을 거쳐 올해 3월 새롭게 출발한 NH농협생명에서 40조원 규모의 거대자금 운용을 지휘하는 투자운용부장을 맡게 됐다.



▲"지금은 채권시장 변곡점…연말까진 포지션 유지" = 김 부장은 올해 안에는 채권 포지션 변화 계획이 없다고 했다. 채권금리가 당분간 횡보 국면을 이어갈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 부장은 "연말까지는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유지되고 시장금리 또한 위아래로 움직일 여력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변수로 미국 재정절벽과 유로존 리스크, 국내 대선, 경기회복 속도 등을 꼽았다.

이 변수들이 우호적으로 작동하면 통화정책은 금리정상화 기조로 돌아서 시장금리는 위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의 경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 변수가 악화하면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가 나타나 저금리 기조의 고착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은 불확실성이 큰 변곡점에 와 있다"며 "당분간 횡보하는 국면이 이어지겠지만, 이들 변수를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매 방향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외국인 매수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 환율 하락과 외환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따라 변화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장은 "달러-원 환율이 1,100원선이 무너진 것과 외환당국이 자본유출입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부담을 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역마진 문제 어떻게 극복할까 = 이차 역마진 문제는 국내 보험사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NH농협생명도 예외는 아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자산운용 수익률은 급격하게 떨어졌고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장이율을 밑도는 상황이 됐다.

김 부장은 대부분 보험사들의 운용수익률이 4% 후반대로 떨어졌다고 했다. 심지어 4% 초반대까지 수익률이 내려간 중소형 보험사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거나 기준금리가 추가 인하될 경우 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이 3%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과 최저보장이율 수준이 높은 곳일수록 역마진 문제가 심각하다.

김 부장은 "그나마 NH생명은 금리연동형 상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고 최저보장이율도 높지 않은 편이라 경쟁사 대비 부담이 적다"며 "그러나 정도에 차이가 있을 뿐 이차 역마진 구조 극복이라는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이차 역마진 문제를 극복할 수단으로 김 부장은 투자 다변화를 꼽았다.

현재 유가증권 중심의 자산포트폴리오를 대출과 대체투자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해외채권 등 국외에서도 투자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급격한 변화는 또 다른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단계적인 변화를 구상 중이다.

그는 "투자 다변화와 관련, 외부 전문기관과 컨설팅을 진행한 바 있다"며 "공격적인 운용보다는 조달자금의 성격을 고려한 체계적인 자산배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0조원 자금 이렇게 운용한다 = NH농협생명의 지난 10월말 기준 총자산은 41조원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업계 4위 규모다.

이 중에서 채권으로 운용하는 자금만 25조원에 육박한다. 채권 포트폴리오는 국공채(36%)와 금융채(30%), 회사채(26%) 순으로 꾸렸다.

김 부장은 올해 들어 국공채와 회사채 비중을 늘린 반면에 금융채 비중은 일부 축소했다고 말했다. 듀레이션 확대 차원에서다.

상반기 시장금리가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전에 장기 회사채 등을 많이 편입해 둔 덕분에 운용 수익률도 괜찮은 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금융채 비중을 줄이고 장기 회사채 비중을 늘리면서 듀레이션갭을 스퀘어 수준으로 맞췄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자 전략 변화가 불가피했다.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채권 포트폴리오에도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김 부장은 "구조화채권과 스트립본드, 기타 유동화상품 등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투자했다"며 "앞으로도 추가 수익 확보를 위해 파생상품 관련 채권이나 해외채권 등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수익률 보완 차원에서 해외채권이나 해외실물자산 투자도 검토 대상이다.

김 부장은 "외화자금 조달이 없는 보험사의 경우 원화 베이스로 투자해야 해 환헤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국내채권과 비교해 신용위험 분석도 상대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를 고려해 상시적인 투자보다는 일시적인 외환시장의 불균형을 활용한 이머징국가 국채나 이자율 관련 구조화상품 등 안정적인 채권 중심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국내 SOC투자가 경쟁 과열에 따라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해외 SOC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 부문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hha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