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균형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아트(Art)의 경지죠"

정광식 신한BNP파리바 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이사)은 도를 넘는 은행의 건전성 규제가 오히려 금융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광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이사)>

▲ 지나친 금융 규제, 공생발전에 역행 = 정 본부장은 은행의 건전성 규제 강화가 신용도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의 양극화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젤3 도입 등으로 리스크 규제가 강화되면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회사채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고, 이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지금도 BBB+ 이하 기업의 회사채는 사주는 곳이 없어 발행도 많이 줄었다"며 "바젤3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중요해지는 만큼, 신용등급이 낮은 쪽으로는 대출도 꺼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젤1과 바젤2에도 은행이 여전히 사고를 치다보니 은행의 건전성을 완벽하게 제어하기 위해 너무 은행만 주시하는 것 같다"며 "은행과 실물은 공생관계로 실물이 무너지면 은행의 사업기반도 모두 사라지는 만큼, 전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광식 본부장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 역시 중소ㆍ중견기업의 자금여건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 시중은행이 대출을 꺼리는 기업군의 자금조달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정책적으로 많은 역할을 담당했는데, 민영화가 진행되고 민간 자본이 들어오면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익성 중심의 영업전략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세계적으로 득세했던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시장에 맡기는 부분이 커지면서 최근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는데, 지금은 은행 부문에 대한 규제가 과도한 면이 있다"며 건전성 규제에 대한 '아트(Art)의 경지'에 이른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양극화 해소와 상생, 공생발전 등을 주요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있지만, 실제 진행되는 정책들은 이와 반대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시장은 대체로 옳다" = 정광식 본부장은 액티브 펀드 매니저에 대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액티브 펀드매니저란, 시장은 대체로 옳지만 가끔은 비효율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또 그 부분을 잘 공략하면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 시장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액티브 매니저를 하면 안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지난 9월부터 발행된 국고30년물의 금리수준이 얼마 전까지 10년이나 20년 지표물을 하회한 것에 대해서는 '비정상'이라고 평가했다.

경기와 인플레, 그리고 기준금리의 함수인 수익률곡선이 역전되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20년물까지는 곡선이 서 있는데 30년물만 역전되는 것은 충분히 비정상으로 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지금은 다시 정상화된 상태로, 커브가 누워있는 편은 맞지만 비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채권시장 변화는 연말ㆍ연초부터 = 그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이른바 '껌딱지 장세'를 이어가는 채권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 본부장은 "내년 시장을 전망하는 관점에서, 올해 말과 내년 초 경기상황이 중요하다"며 "미국의 재정절벽과 정권이 바뀐 중국의 경기 회복 등 현안 변수들에 대한 답이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 축소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외화유출입 규제에 대해서는 원래 채권시장에 여파가 있을만한 사안이지만, 외국인 채권투자자의 특성 변화가 그 영향력을 제한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에 세금을 메기는 것은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이지만, 최근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하지 않고있다"며 "특히 투기성 자본의 적극적인 채권시장 유입이 멈춘 지 꽤 됐고, 최근 투자들은 해외 중앙은행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공격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투자할만한 시장' 가운데 하나로, 외국인이 즐겨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시장"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88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한 정광식 본부장은 회사 사정에 따라 외환코메르츠투신에서 10년간 주식운용과 리서치를 담당했다. 외환위기 이후 채권운용역으로 변신한 정광식 본부장은 세종투신과 조흥투신, SH자산운용을 거쳐 2009년부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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