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은 서울외환시장의 달러-원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들의 잇따른 양적 완화와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원화 절상심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근혜 당선인이 향후 경제정책 화두로 제시했던 '경제민주화'로 기존 환율정책에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정책변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환율의 하락속도는 완만해질 것으로 추정된다.

현실적으로 세계 경제의 부진과 한국의 높은 수출의존도를 고려할 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향후 환율정책 자체가 크게 바뀌긴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외환당국 본연의 임무인 환율 변동성 축소라는 역할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이슈로 급락했던 달러-원 환율이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경제민주화 화두.."수출 중심 환율정책 전환" = 박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경제민주화를 중요한 화두로 제시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모든 경제주체가 성장의 결실을 골고루 나누면서 조화롭게 커가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도 이번 대선과정에서는 환율정책에 대해서 뾰쪽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는 지난해 10월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우리 경제의 질적 성장과 내수 활성화를 강조하며 환율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당시 "우리 경제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대외적으로는 안정성 문제로 외부의 충격에 과도하게 출렁이고, 대내적으로는 지속 가능성의 문제로 경제의 각종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수출과 내수가 균형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경제가 질적 도약을 하려면 수출과 내수가 경제를 이끄는 `쌍끌이 경제'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수출 중심의 환율정책이 수출과 내수를 균형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 곤두박질..고점대비 10% 절상= 대선을 앞두고 달러-원 환율이 연일 하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선진국의 양적 완화가 위험자산 선호심리로 이어지면서 달러-원을 끌어내렸다. 선진국들이 자국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서 공격적으로 돈을 풀면서 달러-원도 하락했다. 최근 원화 강세는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입 등에 배경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달러-원 환율은 연중 고점대비로 10.4%나 절상됐다. 환율은 지난 5월25일 1,185.6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19일에는 1,072.80원으로 장을 마쳤다. 7개월여 만에 환율이 125.40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원화 강세에 베팅하는 수요도 환율 하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서울환시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대선을 앞두고 모든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언급했는데 이는 고환율 정책의 반대되는 의미로 해석됐던 게 사실이다"며 "환율정책 변화와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 둔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도 최근 보고서에서 "원화 강세는 경상수지 흑자, 증권투자자금 유입, 대선을 앞둔 원화 강세 베팅 등 3가지 요인에 기인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수출 위주의 경제구조 불가피 = 그러나 글로벌 환율전쟁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높은 수출의존도를 감안할 때 환율정책이 크게 바뀌기도 쉽지 않다는 평가다. 현실적으로 글로벌 경제위기와 한국의 경제구조를 무시하기 어려운 처지다.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그렇다.

노무라는 한국의 거시정책기조가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 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어 신정부의 거시정책기조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통화와 환율, 그리고 금융정책이 각각 물가와 환율, 금융 안정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결과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며 "앞으로 5년간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은 계속 수출이 될 것이고, 수출을 통한 경상수지 흑자가 경제민주화를 위한 복지재정 지출에 필요한 안정적 조달원천으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선 결과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BOA메릴린치는 "경제민주화에는 국민들의 구매력 증진과 함께 외환을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과 원화 급여자 사이의 소득분배 문제도 포함된다"면서도 "그럼에도 외환시장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외환당국의 최우선 과제임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고 앞으로도 당국은 원화의 절상속도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co@yna.co.kr

http://blog.yonhapnews.co.kr/eco28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