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엄재현 기자 = 외환위기 이후 각 정부는 서울외환시장에서 직접 개입보다는 달러-원 환율의 급등락을 막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선호했다.

외환위기 당시 적극적으로 달러화 방어에 나섰지만, 외환보유고 소진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된 후부터 직접 개입에 대한 외환당국의 경계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IMF와의 협의에 따라 외환보유고를 확충 해야하는 상황에서 당국의 직접 개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만, 당시 정부와의 정례 협의에서 IMF가 달러화의 급등락을 막기 위한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허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혀 이후 이를 통한 환시 개입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지난 정부에서의 달러화 추이에 대해 연합인포맥스를 이용해 살펴봤다.

▲ 김영삼 정부 'IMF쇼크' = 1993년 출범한 김영삼 정부 초기 서울환시에서 달러화는 시장평균환율제도하에 있었다. 이는 전날 은행들이 은행간 환시에서 다른 은행들과 거래한 환율을 거래량으로 가중평균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더해 일일 환율 변동폭을 2.25%로 제한함으로써 문민정부의 임기 초중반에는 달러화의 움직임에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아시아 외환위기로 변동성이 심해지고, 개장 몇십 여분 만에 일일 변동 상한선까지 달러화가 치솟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사용해 달러화의 급등을 막으려 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1997년 11월 20일 정부는 환율 변동폭을 10%로 확대했지만, 달러화의 폭등에 따른 환시 거래의 사실상 중단은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그 해 12월 16일 정부는 환율변동 제한폭을 폐지했고, 불과 7일 후 달러화는 장중 1,999.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달러화는 김영삼 정부 임기 종료 때까지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다.





<김영삼 정부 임기 동안의 달러화 추이>

▲김대중 정부 '외환위기 극복' = 김대중 정부 출범 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 드라이브가 가속화됐다. 금융과 산업 등의 빠른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경제 안정으로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던 달러화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1999년 1월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투자 적격으로 올리며 달러화는 1,200원대에서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

이후 2000년의 닷컴 거품 붕괴와 이에 따른 불황, 2001년 9/11테러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며 달러화는 다시 1,300원대로 상승했다. 하지만, 2002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달러화는 다시 하락하며 김대중 정부 임기 마지막에는 1,200원대 아래에서의 움직임을 보였다.





<김대중 정부 임기 동안의 달러화 추이>

▲ 노무현 정부 '원화 강세' =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과 미국의 대규모 재정 적자로 노무현 정부 초반 부터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이를 막기 위해 당국은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포함한 환시 개입을 지속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당국의 개입에도 2006년 말 달러화 1,000원 선이 무너졌고 2007년 10월 장중 900원 선이 붕괴되는 등 노무현 정부 임기동안 원화 강세 기조는 지속됐다. 원화 강세 기조와 이에 따른 부작용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 이후 고환율 정책을 펼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임기 동안의 달러화 추이>

▲ 이명박 정부 '고환율 정책'= 이명박 정부는 원화 강세에 따른 무역·여행 수지 적자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폈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정책은 정부가 맡아야 한다며 환율 주권론을 주장했다. 이에 더해 2008년 세계 경제를 휩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금융위기로 달러화는 2009년 3월 1,600원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고환율에 따른 경제적 성과가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해지며 정부의 정책 기조는 한풀 꺾였다. 이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며 상대적으로 경제적 펀더멘털이 탄탄한 우리나라로의 자금 유입이 빨라지자 달러화는 꾸준히 하락했다.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의 달러화 추이>

jheom@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