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0일(미국 동부시간) 뉴욕금융시장에서 주가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재정절벽의 파장을 경고해 보합세를 보였고 엔화는 일본은행(BOJ)의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로 주요 통화에 대해 하락했다.

미국 국채가격은 주택지표 호조로 하락했고 유가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기대로 급락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한 연설에서 "Fed는 분명히 경기회복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지만 경제가 재정절벽으로 떨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이를 상쇄시킬 정책수단은 없다"면서 의회와 행정부에 재정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또 재정 상황이 이미 경제에 해가 되고 있다면서 재앙적 디폴트를 피하려면 의회가 부채 한도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의장은 재정절벽이 경기회복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부양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주택지표는 예상 밖의 호조를 나타내 주택시장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의 지난달 주택착공실적은 전월 대비 3.6% 증가한 연율 89만4천채(계절 조정치)를 기록,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보였을 뿐 아니라 4.5% 줄었을 것이라던 시장 예상치도 앞질렀다.

같은 달 주택착공 허가건수는 2.7% 감소한 연율 86만6천채를 보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은 그리스 지원에 대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가 낙관적 결론을 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려 시장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이날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지원과 관련한 논의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016년까지 그리스의 자금 마련 계획을 마련하길 원하고 있는 반면 유로존은 2014년까지의 계획만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에선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와 투자자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원유시장의 거래가 끝난 뒤 하마스 정부 관계자가 이스라엘 정부가 휴전 제안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아 21일까지는 휴전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휴전 여부가 다시 불투명해졌다.

◆주식시장=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버냉키 의장이 재정절벽의 충격을 상쇄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언급함에 따라 혼조세를 나타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7.45포인트(0.06%) 하락한 12,788.51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날보다 0.93포인트(0.07%) 오른 1,387.82에 끝났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61포인트(0.02%) 상승한 2,961.68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큰폭의 상승에 따른 부담으로 소폭 약세로 출발한 증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낙폭을 확대했다.

증시는 그러나 장 후반 낙폭을 크게 줄였으며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소폭 올랐다.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휴렛패커드(HP)가 12%가량 급락했다.

HP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작년 영국 소프트웨어업체인 오토노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심각하고 부적절한 회계 부정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소매가전업체 베스트바이는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실적에 13%가량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날 장 마감 후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강등했으나 시장에는 별다른 충격을 미치지 않았다.

◆외환시장= 엔화는 BOJ이 조만간 공격적 통화완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에 하락했다.

유로화는 무디스의 프랑스 등급 강등에도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임박 보도와 그리스 지원에 대한 기대가 커져 미 달러화에 강보합세를 나타냈다.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81.68엔을 나타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81.38엔보다 0.30엔 높아졌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유로당 104.72엔에 움직여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04.25엔보다 0.47엔 올랐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2818달러에 거래돼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2810달러보다 0.0008달러 상승했다.

달러화는 한때 81.75엔까지 올라 7개월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고, 유로화는 한때 104.77엔까지 상승해 6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BOJ가 전날 회의에서는 예상대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았으나, 조만간 공격적 완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돼 엔화 약세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일본 정치권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BOJ가 가까운 미래에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면서, 다음 달이나 내년으로 해가 바뀐 후 수개월 이내에 조치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BOJ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주장한 BOJ의 금융완화 방침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참여자는 BOJ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이날 달러화가 내년에 2010년 이래 최고치인 86엔까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올해 말로 종료되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달러화 강세를 지지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들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연장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의 대 유로화 장중 상승폭이 매우 제한됐었다.

무디스의 프랑스 등급 강등 뒤로 유로존 구제기금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가 시장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무디스는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임시 구제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영구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의 등급은 여전히 'Aaa'이지만 프랑스 등급 강등에 따른 여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유로존의 나머지 'Aaa' 등급 국가들이 두 구제기금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 규모가 최고등급에 부합하는 것인지 특히 주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EFSF는 유로화 표시 3년물 채권의 발행을 연기했다.

◆채권시장= 미국 국채가격은 지정학적 불안정 완화 전망과 미 주택지표 호조, 버냉키 Fed 의장의 발언으로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6538)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15/32포인트 낮아졌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5bp 이상 상승한 연 1.669%를 기록했다.

3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장보다 1-5/32포인트 떨어졌고, 수익률은 5bp 오른 2.821%를 나타냈다.

5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3bp 높은 0.668%를 보였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성장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진단하면서도 올해 추수감사절 소매판매가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를 일정 부분 상쇄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증폭된 것 역시 안전자산 매입세를 약화했으며, 버냉키 의장의 내년 경제관련 발언이 부각된 것도 국채가격에 하락압력을 준 것으로 풀이됐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경기회복세가 느린 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지 않아 실망감을 안겼으나, 정치권이 이른 시일 안에 재정절벽을 타개할 합의를 이끌어 재정 부문의 확실성을 높여준다면 내년은 미국 경제에 '매우 좋은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국채가격 하락을 견인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오는 12월11-12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때까지 1.55-1.80%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올 연말로 종료되는 국채 매입프로그램 연기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원유시장= 뉴욕유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으로 큰 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53달러(2.8%) 낮은 86.75달러에 마쳤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정이 유가 상승을 견인했던 가장 큰 재료였다면서 휴전이 발효될 가능성이 커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정학적 불안 완화라는 유가 하락 재료가 미국 주택지표 호조라는 상승 재료를 삼켜버린 하루였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집트가 중재한 정전 안에 합의했다고 아랍권 위성 방송 알 아라비야가 이날 보도했다.

하마스 관리 아이만 타하는 "카이로에서 오후 9시(서울시각 21일 오전 4시)께 정전 합의가 공식 발표될 것"이라면서 "자정부터 발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슬람 지하드의 소식통도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이집트가 정전 합의를 발표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전했다.

정전 협상에 정통한 이집트의 한 소식통도 "이집트가 최종 중재안을 보냈고 이스라엘의 마지막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고 AFP가 이날 보도했다.

하지만 원유시장 마감 뒤 하마스가 이스라엘 정부의 응답이 없어 휴전을 연기한다는 입장을 내놔 휴전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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