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단기물 입찰 호조에도 10년물 결과에 주목

ECB 대차대조표,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성진 기자 = 28일(미국 동부 시간) 뉴욕금융시장에서 주가와 유로화는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입찰을 하루 앞둔 가운데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가 커져 급락했다.

미국 국채가격은 안전자산 매수세에 힘입어 상승했고 국제유가는 달러화 강세에 7영업일만에 하락했다.

이탈리아 재무부는 이날 6개월만기 국채 90억유로 어치와 2년만기 제로쿠폰 채권 17억3천300만유로 어치를 각각 발행했다고 밝혔다.

6개월물은 애초 목표대로 90억유로 발행에 성공했고, 제로쿠폰채는 목표 물량의 하단에 그치는 데 만족했다.

평균 발행금리는 6개월물의 경우 3.251%를 기록해 지난달 25일 발행 때의 6.504%를 크게 밑돌았다. 입찰 수요를 가늠하는 응찰률은 1.69배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10년물 국채 발행 결과가 더 중요하고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더 잘 반영한다면서 이날 국채 발행을 몸 풀기 수준으로 평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표한 대차대조표 자료도 유로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ECB는 지난 23일 끝난 한 주간 역내 은행에 대출된 자금이 8천790억유로라고 밝혔다. 이는 전주보다 2천140억유로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유로시스템(ECB와 17개회원국 중앙은행) 대차대조표가 사상 최대 규모인 2천390억유로 늘어난 2조7천300억유로로 집계됐다.

ECB가 한 주 만에 은행 대출을 2천억유로 넘게 늘려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또 유로존 은행들이 ECB에 예치한 하루짜리 초단기 예치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은행들이 대출보다 예비금 확보에 주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치 창구는 평소 은행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과도한 현금을 보관하는 곳이다. ECB가 예치금에 지급하는 금리는 0.25%로 장기 대출에 적용한 대출 금리 1.00%보다 낮다.

◆주식시장=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발행을 앞두고 자금 조달 우려가 커져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대비 139.94포인트(1.14%) 급락한 12,151.41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5.79포인트(1.25%) 내린 1,249.64를 나타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5.22포인트(1.34%) 밀린 2,589.98에 끝났다.

이날 이탈리아의 단기 국채 발행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투자자들은 다음날 있을 10년물 국채 발행에 더 주목했다.

ECB의 대차대조표 자료 발표도 증시를 짓눌렀다.

모건스탠리는 뉴욕시의 4개 지점에서 580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서 주가가 하락했다.

◆외환시장= 유로화는 이탈리아 장기 국채입찰을 하루 앞둔 데 따른 우려와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ECB의 대차대조표가 확장된데 따른 불안심리 확산으로 미국 달러화와 엔화에 하락했다.

연합인포맥스(6411)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 늦게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유로당 1.2940달러를 나타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3068달러보다 0.0128달러나 낮아졌다.

인포맥스와 팩트셋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유로화는 한때 1.2910달러까지 급락해 2010년 9월 이래 최저치를 경신했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 유로당 100.79엔을 기록해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101.76엔보다 0.97엔 하락했다.

유로화는 한때 100.69엔까지 밀려 2001년 6월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달러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당 77.89엔에 거래돼 전날 뉴욕 후장 가격인 77.87엔보다 0.02엔 높아졌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이탈리아의 단기 국채입찰 호조에도 내년 유로존 부채 위기 상존으로 유로화가 1.31달러대 진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후 ECB가 지난주 3년 만기 대출프로그램을 실시했음에도 ECB의 대차대조표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장된 모습을 기록해 유로화가 낙폭을 급격히 확대했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이들은 또 연말에 따른 거래량 감소로 이날 움직임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 미국 국채가격은 이탈리아의 10년만기 국채입찰을 하루 앞두고 안전자산 매수세가 유입돼 상승했다.

연합인포맥스(6538)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날보다 24/32포인트 올랐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8bp 낮아진 연 1.93%를 나타냈다.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한때 1.91%까지 밀려 지난 11월 초 이래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었다.

30년만기 국채가격은 전장보다 2-7/32포인트나 높아졌고, 수익률은 11bp 빠진 2.92%를 보였다.

이날 이탈리아의 단기 국채입찰이 호조를 나타냈으나 다음날 10년만기 국채입찰에 대한 우려가 부각돼 안전자산 매입세가 증가했다.

뉴욕 채권애널리스트들은 연말에 따른 거래량 감소로 이날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과장돼 있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내년 유로존 우려가 상존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원유시장= 뉴욕유가는 미국 달러화가 유로화에 2010년 9월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뉴욕증시가 유로존 우려 재부각으로 하락함에 따라 7영업일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98달러(2%) 낮아진 99.36달러에 끝났다.

이날 개장 초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이탈리아 단기 국채입찰 호조로 장중 내내 보합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다음날의 이탈리아 장기 국채입찰 우려와ECB의 대차대조표 발표 뒤 달러화가 유로화에 급등했다. 뉴욕증시도 낙폭을 확대했다.

유로존 우려가 재부각되며 안전자산 매입세가 급격히 증가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15개월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sj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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