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왕따 마케팅'이 유행이라 한다. 많은 학생들의 가슴에 쉽게 사라지지 않을 상처를 남길 사회적 병리 현상도 자본주의 시장에서는 수익추구의 기회로 활용할 마케팅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이다.

왕따 당하는 학생들에게 외모를 바꾸고, 친교 기술을 습득하여 따돌림에서 벗어나라는 달콤한 유혹을 하고, 심신함양이 우선이어야 할 태권도 등 무술학원에서는 힘을 키우면 따돌림 당하지 않을 것이란 선전으로 회원모집에 나서는 모습이다.

물론 일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의 비극을 수익창출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그 발상 자체가 비인륜적이란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피해학생을 돕고 교육을 통해 동 현상을 제거 내지는 완화하려는 노력은 너무도 더딘데 비해 수익이 보이니 너무도 급속하게 대두되는 상업화의 모습에 씁슬함을 감출 수 없다.

왕따현상은 그 근원을 하나로 정리하기는 어렵지만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어린 학생들에 충분한 관심을 주지 못하는 점이나 공교육 붕괴로 학교에서의 생활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 등을 바꾸려는 노력이 먼저여야 한다는 생각은 역시 도덕 교과서에서나 찾을 수 있는 얘기인 것일까.

왕따현상에 대한 단상을 정리하다보니 경제분야에서의 유사한 현상으로 이어진다. 중소기업 활성화가 그것이다. 기업실적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글로벌 경쟁력까지 확보한 일부 대기업의 성공에 가려 부도선상에서 신음하는 하청업체들의 어려움이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하청업체간의 경쟁을 부추겨 단가를 낮추는 사이 중소기업의 경영현황은 악화일로를 달린 것이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민관 합동위원회의 활동 역시 이러한 현상의 실질적인 개선 보다는 정치권의 이해, 관료들의 업무영역을 둘러싼 힘겨루기에 가려 그 본래의 의미가 퇴색한 면이 먼저 부각된다.

동반성장, 이익공유 등의 개념으로 우리 사회에 다가온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는 더디나 이해당사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고집하거나 주도권을 두고 정부내에서 다툼을 벌이는 데는 민첩하다.

역시 중소기업의 영역을 지켜주고 일한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치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도우며 상생하는 모습은 왕따현상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도덕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일까. (산업증권부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