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증권사 등 금융투자회사들이 금융위기 이후 결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데 따라 결제를 지연하는 경향이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특히 바젤Ⅲ 도입 등으로 앞으로 증권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어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성관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과장은 2일 발간된 조사통계월보에서 '일 중 유동성 시간구조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에 일 중 유동성을 공급함에 따라 금융기관 간의 원활한 자금 이체가 이뤄지는 반면, 금융투자회사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기관이 일 중 유동성을 조달하는 데 애로가 있는 경우에는 익일물 시장에서 일 중 이른 시간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오전 금리가 오후 금리보다 높게 형성되는 시간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윤 과장은 이와 관련, "지난 2006년 이후 전 기간에 걸쳐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의 일 중 유동성의 시간구조는 비교적 수평적인 것으로 추정됐다"며 "한은의 일중 유동성 공급제도에 따라 기관 간 자금이체가 원활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와 달리 금융투자회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가파른 우하향 기울기를 보였다"며 "이는 결제자금의 조달 애로로 인해 결제를 지연시킬 유인이 있음을 의미하다"고 분석했다.

윤 과장은 "다만 작년 2월 일 중 환매조건부채권(RP)제도 도입 이후에는 일 중 유동성 시간구조의 기울기가 크게 축소됐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분석에 비춰 국내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한층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게 윤 과장의 설명이다.

그는 "앞으로 바젤Ⅲ 도입과 기관 간 RP시장 활성화 등으로 담보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증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커버드본드 등 우량채권의 공급 확대와 증권대차 제도 등을 통한 증권의 활용도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바젤Ⅲ에서는 종전의 유동성 확보 노력 외에 일 중 유동성 위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국채 등 담보증권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게 윤 과장의 예상이다.

그는 또한 "기관 간 RP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데 힘입어 증권의 활용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며 "일 중 신용 담보 제공에 따른 기회비용도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 일 중 유동성 금리구조의 변동성이 확대되거나 기울기가 가팔라진 점에 비춰 헤어컷 비율(채권가액 인정비율) 완화와 적격담보의 범위 확대 등 담보가치의 경기 순응성을 완화하는 방안도 사전에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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