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로 급등했던 일본 엔화의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엔-원 재정환율이 동반 급락한 가운데 일본기업과 경쟁하는 한국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원고(高)와 엔저(低)' 현상이 당장 한국의 수출경쟁력을 갉아먹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엔-원 환율이 여전히 높은 데다 가격 이외의 요인들로 엔-원 환율의 수출 영향력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자의든 타의든 한국 기업들이 누렸던 소위 환율 '모르핀 효과'의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원, 1년새 21% 급락..위기 전보다는 40% 높아= 14일 연합인포맥스의 해외 외환시세(6426 화면)에 따르면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1,180원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엔-원 환율은 올해 들어서만 4.4%나 떨어졌다. 특히 거의 1년 전인 지난 2011년 말에 비해서는 무려 21.2%나 급락한 수준이다.

엔저 현상은 미국의 재정협상이 최악의 국면을 벗어난 데다 일본의 아베 신임 총리가 적극적인 양적 완화를 통해서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탓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확산되는 가운데 반대로 원화는 달러화에 강세 기조를 전개하면서 엔-원 재정환율의 낙폭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이전인 지난 2007년 말 엔-원 재정환율은 839.62원에 불과했다. 최근 엔-원 재정환율이 급락하긴 했으나 당시와 비교하면 아직도 40.5%나 높다.



 

 







▲안전선호 약화..엔저현상 이어질 것= 최근 엔저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지속됐던 상황에서 재정절벽 협상이 일부 타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일본 총선에서 승리한 아베 신임 총리가 공격적인 양적 완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언한 영향도 크다. 소위 아베 효과가 엔저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당분간 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고덕기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베 총리의 무제한 양적 완화 추진 가능성으로 엔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당분간 달러화 약세, 엔화 약세, 원화 강세 등의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 데다 자민당 아베 신조 내각이 강력한 양적 완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지속한 엔고현상이 최근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엔화 절하폭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엔화의 강세기조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들이다.

▲전문가들 "수출 영향력은 아직 제한"= 이처럼 엔-원 환율이 급락하면서한국의 수출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도 강화되고 있다. 단기간에 환율이 급변할 경우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지평 연구위원은 "엔저.원고 현상이 우리 기업에 미치는 충격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며 "한일 기업 간 경쟁은 한층 격화하겠지만, 세계경기가 회복하며 전반적인 수출증가세는 유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처럼 엔화 수요가 줄고 원화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은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하면서 세계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도 "현재의 원-엔 환율 수준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아 아직은 엔화 약세의 수출 영향은 미미하다"고 추정하며 "엔-원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나라 수출산업구조와 수출경쟁력 결정요인 변화, 한일간 제품차별화 진전 등으로 과거에 비해 축소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일본의 엔저 의도가 제조업의 재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산업 전반적으로 경쟁력 점검 및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내 기업도 과거 엔화 강세의 반사이익을 누리던 데어서 벗어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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