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대통력직 인수위원회가 업무보고를 받는 동안 국제외환시장이 매우 급하게 돌아가고 있다.

연말연시 겨우 열흘 동안 달러-엔 환율은 85→86→87→88→89엔 방어벽을 단 며칠 사이에 돌파하고 있다. 이른바 '아베 라인'인 90엔을 넘어서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달러-엔의 상승세는 속도 면에서 역사상 가장 극적이다.

주요 통화(Major Currency)인 엔화가 국제시장에서 이 정도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공조 개입이 단행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놀라움 그 자체다. 최근 움직임은 중앙은행의 개입 패턴 측면에서도 일본은행(BOJ)이 단독으로 전 세계 주요 외환딜러에게 실제 얼마나 개입하는지, 또 구두개입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 속도는 일본 당국의 의지가 가공할 정도이며, 평소에 관리하던 시장 네트워크가 어느 정도 강한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줄었다고 얕보지만 역시 일본은 국제금융계에서 썩어도 '준치'라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엔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총 50조엔(5천5백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간신히 재정절벽을 건넌 재정난의 미국 재무부로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계산에 몰두할 것이지만, 90엔대 진입에 맞추어 공개적으로 칼을 뽑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움직임은 우리나라 외환당국에게도 긴박하고 큰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달러-엔 태풍이 몰아치자 변방의 통화(Minor Currency)인 원화 가치는 맥없이 휘둘리고 있다. 엔-원 환율은 작년 10월15일 1,400원선에서 이후, 1,350원, 1,300원, 1,250원, 1,200원대로 떨어졌고, 1월15일 현재 1,170원대로 고꾸라졌다. 엔-원 하락에서 문제의 핵심은 폭이 아니라 역시 가공할만한 속도다.

워낙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움직임이라 우리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정신을 차릴 경황이 없다. 당장 명동에 왁자지껄하던 일본인 관광객 수가 연초를 기점으로 많이 줄어든 것이 향후 환율 태풍이 미칠 영향력의 일단을 '맛보기'로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엔-원 환율 변동이 당장 기업의 수출 가격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진행되는 강도에 따라 달러-원의 쏠림현상을 촉발시키고, 국내외 자본의 유출입에 충격을 주며, 시차를 두고 수출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주는 등 우리 경제에 전방위 충격을 줄 것이다.

통화 가치의 변동은 거시경제 변수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 일자리, 물가 등 거의 모든 전망과 계획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인수위원회가 꾸려진 시점에 원화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환율전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어 이에 대한 일사불란한 대응과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환율정책이 정부부처의 다른 업무 분야와는 달리 고도의 전문적 식견과 실시간 판단을 요하는 만큼 인수위에서도 이를 감안해 해당 부처와 업무협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취재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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