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기획재정부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등 경제수장들이 얼굴빛을 바꾸고 환율전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다. 그동안 주요 20개국(G20)의장국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해 다른 나라의 환율정책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껴왔던 기조와 사뭇 대조된다.

▲경제수장의 태도변화…'대일 환율전쟁 피하지 않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금융포럼' 기조연설에서 "선진국의 양적 완화조치가 거품을 키울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도 있지만, 실제 펀더멘털 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문을 가지는 견해도 있다"고 밝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 날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엔화가치 하락 등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과 외환건전성 조치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두 최근 양적 완화로 엔저를 유도하려는 일본 아베 총리를 겨냥한 발언이다.

사실 박재완 장관이나 김중수 총재는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의 양적완화 등 다른 나라의 경제정책에 최대한 점잖게 접근했다. 이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양적완화에 대해서도 나라마다 경제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사를되풀이했다. 여기에는 한국이 G20 의장국 출신이라는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박 장관과 김 총재는 일본의 양적 완화와 엔저현상에 대해서는 같은 날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외환정책의 최고위 당직자인 이들은최근 엔화 약세를 노골적으로 조장하는 일본과 엔-원 환율의 가파른 하락을 가만히 지켜보지만은 않겠다는 의지를 사전에 교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엔화 약세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해악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엔-원 환율급락과 부작용 현실화= 최근 환율 급락과 양적 완화의 부작용과 관련해 경제수장들이 태도를 선회한 것은 무엇보다 엔-원 환율의 낙폭이너무 큰 탓이다.

엔-원 재정환율은 15일 현재 100엔당 1,178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작년 연말에 비해 56.2원(4.6%)이나 낮은 수준이다. 특히 전고점인 작년 6월의 1,516.37원과 비교하면 6개월 남짓한 사이에 하면 332원(22%)나 급락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는 엔-원 환율이 아직 높다고 하지만, 단기간에 엔-원 환율이 급락함에 따라 수출전선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물론 엔화 급락세가 한국 수출기업에 미칠 영향만은 아니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환시장 전반에 쏠림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일본이 양적 완화조치에 가담할 경우 결과적으로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서울외환시장도 영향권에 놓일 수밖에 없다.

또 선진국의 양적 완화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는 논의가 공론화된 것도 경제수장들의 강성발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자국 정책들이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양적 완화로 신흥국 통화가치를 절상시키는 미국과 일본 등을 겨냥한 내용이다. 이는 박재완 장관이 G20 등에서 꾸준하게 지적한 성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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