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의 대표 조선 계열사인 현대중공업[009540]과 현대미포조선[010620], 현대삼호중공업이 좀처럼 기업어음(CP) 규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CP 조달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만기도 길어지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대규모로 회사채 발행까지 나섰다.

조선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급격한 CP 감소는 어려운 형편이다. 현대오일뱅크 IPO 전까지는 이러한 조달 형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연합인포맥스 CP 발행정보-일별 잔액(화면 4352)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CP 잔액은 2조4천500억원에 달한다.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700억원, 현대삼호중공업은 1조4천900억원으로 3사 합계는 무려 4조100억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의 CP 잔액은 한국토지주택공사(3조5천억원), 한국가스공사(3조4천55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현대삼호중공업도 여덟 번째다.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하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나란히 1, 2위에 해당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7월 IPIC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70%(1억7천155만7천695주)를 2조5천734억원에 인수하면서 2조5천억원을 CP와 ABCP로 조달했다. 이후 상환과 차환, 추가 발행을 반복해왔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조선업황 부진에 따라 영업현금창출력이 감소하자 보유 현금을 될 수 있으면 소진하지 않고 일부 필요 자금을 CP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특히 현대삼호중공업은 장기 CP 발행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절차가 복잡한 공모 회사채보다는 낮은 금리로 간편하게 조달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오는 2017년 8월에 만기 도래하는 CP도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극도로 꺼려왔던 공모 회사채 발행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연합인포맥스 리그테이블의 그룹사별 발행종목(화면 8474)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조2천억원, 현대오일뱅크는 7천500억원 어치를 발행했다. 이는 지난해 그룹별 발행액수의 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역시 현대중공업그룹의 CP 해소의 계기는 현대오일뱅크 IPO.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아직 마이너스 순차입금을 보이고 있어 CP 발행을 재무완충력 확보와 재무 관리상의 미스매치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조원에 달했다. 조선 부문의 영업이익도 줄었지만, 신성장동력을 삼은 다른 사업 부문의 현금창출력도 신통찮다.

따라서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은 IPO를 통한 구주 매각으로 단기 CP를 해소해야 하지만, 지난해 시도했다가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 연기한 상태다.

IB 관계자는 "오일뱅크를 상장해도 조선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한 CP와 회사채 발행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 됐다"며 "그래도 오일뱅크 상장이 그룹의 핵심인 현대중공업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단기 CP 발행액을 줄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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