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규민 기자 = 한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환율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은 전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 베팅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중국의 경제상황이 개선되면서 당국이 위안화 절상을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졌고, 이에 따라 시장 참가자들이 위안화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난 11일에 위안화 가치는 중국이 관리변동환율제 도입한 1994년 이후 미국 달러화에 대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위안화 가치는 장중 한때 전날의 (달러당) 6.2244위안에 비해 0.14% 오른 6.2155위안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위안화 가치 상승이 중국 인민은행(PBOC)의 정책변화를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인민은행은 그동안 자국 수출을 장려하고자 위안화 가치를 묶어놓으려 했으나 최근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기준 가격을 높게 고시하면서 앞으로 위안화 절상을 어느 정도 용인한다는 암시를 했다.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것이 정부가 위안화 절상을 용인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4% 상승을 웃도는 것임은 물론 지난 11월의 2.0% 상승보다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졌음을 의미한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수입 가격이 떨어져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된다.

리걸앤제너럴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쿨튼 이머징마켓 투자 스트래티지스트는 "중국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당국자들이 위안화 절상을 용인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 투자자들에게 위안화 익스포저(위험노출)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벌링갈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지오프리 바커 이사는 중국 경제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보인다면서 "위안화 가치가 오는 3~6개월 동안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WSJ는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중국으로 몰리는 효과를 내 중국 내 자산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동안 중국이 환율을 조작했다고 비판하던 미국이나 유럽과의 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언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위안화 절상 속도가 지난 2010년이나 2011년에 비해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위안화는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3.6%, 4.7% 상승했다.

이들은 또 중국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조짐이 보이면 또 한차례의 자본이탈 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이 경우 당국은 수출부문에 힘을 실어주고자 위안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크리스티 탠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올해 1·4분기에 미국의 재정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상황에 안전자산인 달러화로 몰려 위안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kk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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