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보다 더욱 강화된 안을 제안하면서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이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의 금산분리 강화안이 실현되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이전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 있고,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어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오너 일가 및 계열사)의 지분율은 총 15.29%다.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빼면 15.27%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의하면 대기업집단의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으면 다른 계열사 주식을 합쳐 15%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의 의결권 행사는 지분율 15%로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기업의 금융회사가 보유 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상한을 향후 5년간 5%까지 낮추겠다"고 밝혔다.

다만 박 당선인의 공약집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결권을 제한하는 대상이 '개별 금융사'로 한정돼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주 중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로는 삼성생명(6.52%, 의결권 기준 6.51%)과 삼성화재 (1.1%)가 있다.

이중 만약 박 당선인의 공약이 실행될 때 의결권 제한 대상이 되는 곳은 지분율이 5%가 넘는 삼성생명뿐이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의결권이 5%로 축소되면서 그룹 전체의 의결권도 현재의 15%에서 13.75%로 줄어든다.

결국, 삼성으로서는 삼성전자에 대한 기존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줄어든 의결권(1.25%) 만큼을 오너 일가나 비금융계열사를 통해 추가 확보해야 한다. 이는 지난 16일 종가(주당 149만2천원)를 고려하면 약 3조원 가량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는 지난 15일 더욱 강력한 규제안을 인수위에 보고했다.

비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을 5%로 제한하는 대상을 '금융계열사 전체'로 바꾸자고 건의한 것이다.

이 경우 삼성생명 외에 삼성화재도 의결권 적용대상이 된다.

그 결과 금융 계열사 의결권은 현재의 7.61%에서 5%로 축소돼, 그룹의 총 의결권도 12.65%로 제한된다.

결국, 현재의 의결권(15%)을 회복하려면 삼성은 오너 일가나 비금융계열사 등이 총 6조원에 달하는 지분을 추가확보해야 한다.

특히 삼성은 호텔신라와 제일모직, 삼성경제연구소 등에 대해서도 금융계열사가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어, 그룹 전체적으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더 커진다.

실제로 재벌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공정위 방식과 같이 금융계열사 전체의 의결권이 5%로 제한되면, 삼성은 그룹 전체적으로 추가 지분확보에 6조9천572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율이 높지 않아 의결권 제한 조치가 실행되면 전자 지분을 추가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삼성으로서는 박 당선인의 공약보다 3조원이 더 필요한 공정위의 규제안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아직 겉으로는 별다른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일개 기업으로서 정부의 추진정책에 대해 뭐라 평가할 수 없다"며 "다만, 어떤 정책이 실행돼 영향을 받는다면 그때 가서 대응책을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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