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엔화의 과도한 약세를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았다가 엔화가 상승하자 그 뜻이 아니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경제 담당 장관과 자민당 간사장은 정부와 여당이 더 이상의 엔화 하락을 원치 않는다는 견해를 나타내는듯한 발언을 내놓았고, 이에 90엔을 향해 올라가던 달러-엔 환율은 다시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정부는 즉시 해명에 나섰다.

발언 당사자를 포함해 정부는 과도한 엔화 약세를 우려한 발언을 견제하면서 현재 입장은 과도한 엔고 현상이 시정되는 단계에 있다는 것임을 강조했다.

엔고를 찍어누르던 정부가 과도한 엔저를 경계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자 적정 환율 수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85~90엔을 적절한 레벨로 제시했다.

▲ 엔低 경계 발언 = 엔화 하락세에 급제동이 걸린 계기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경제재생 담당상이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과도한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좋지 않다고 경고한 데 있다.

그는 또 환율이 세자릿수를 초과하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이를 특정 레벨을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엔화 매도 일색이던 달러-엔 시장에 아마리 경제재정상의 발언이 나오자 추세는 엔화 매수로 돌아가는 듯했다.

이어 다음날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은 일본 최대 재계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 간부와 만나 과도한 엔화 약세가 일본의 산업과 기업에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이시바 간사장은 "엔화가 일방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나는 지난해 12월에 달러-엔의 적정 환율로 85.00~90.00엔을 제시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 역시 엔화 상승에 힘을 보탰고, 엔화 약세 속도조절론이 등장했다.

▲ 해명 나선 정부 = 이번만큼은 엔화를 약세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 정부는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6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간사장과 아마리 담당상의 말이 "전혀 의도적이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발언 당사자도 자신의 말이 오해를 샀다고 주장했다.

아마리 경제재정상은 17일 "엔화는 여전히 지나친 강세에서 시정되는 단계에 있다"면서 자신의 발언이 잘못 해석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달러-엔 환율 100엔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외에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산업상은 일본상공회의소 간부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도 엔고를 시정하고 디플레이션을 해소해나가겠다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엔고와 디플레이션을 바로잡았다고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대담한 정책을 시행해나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日 정부 보는 적정 환율 수준 있나 = 일본 정부와 재계는 달러-엔이 85~90엔일 때 적절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진단됐다.

달러-엔이 90엔을 넘어가면 수입물가 상승으로 내수가 위축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최대 석유회사인 JX일광일석에너지(JX N OE)의 기무라 야스시(木村康) 회장은 현재 달러-엔 환율 수준이 적당하다고 진단했다.

일본 석유연맹 회장이기도 한 기무라 회장은 적정 환율 수준과 관련해 "수준에 대해 말하기 전에 환율이 안정을 찾길 바란다"고 강조하면서도 "각 회사의 실적예상치를 전제로 하면 1달러가 80엔 전후였을 때 상황이 어려웠기 때문에 현재 레벨(90엔) 안팎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일본의 국책 금융기관인 국제협력은행(JBIC)의 와타나베 히로시(渡邊博史) 총재는 현재 달러-엔과 유로-달러, 유로-엔 환율 수준에 대해 "일본과 미국, 유럽 모두 그다지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달러-엔 환율은 당분간 80~85엔을 중심으로 상하 5~7엔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가 과도한 엔저를 견제하면 해외 시장은 엔 환율이 "일반적인 정책 범위에서 움직인다고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엔화 약세 추세에 대해 "유럽 금융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일본의 경상 수지 흑자의 축소가 명확해진 상황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자민당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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