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장용욱 기자 = 삼성그룹이 올해 투자금액을 작년보다 소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대외여건 악화가 길어지면서 투자를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기회 선점과 사회적 책임을 위해 올해 총 투자규모를 최대 50조원 수준으로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취임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말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대기업이 투자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재계는 일제히 협조하겠다는 뜻을 보였고, 실제로 최근 LG그룹은 작년보다 20%가량 늘어난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 대표인 삼성그룹도 올해 투자를 어느 정도 확대해야 하는 분위기다.

특히 작년에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며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매출 200조원을 넘어선 만큼 그에 걸맞은 투자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대통령 인수위도 삼성이 앞장서 재계에 투자확대 분위기를 확산시켜 주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도 현재 대외여건상 투자를 마음껏 늘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세계경제 침체로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의 실적은 부진한데다, 삼성전자도 이익이 휴대전화 사업에 70% 이상 몰리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당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던 대외여건도 당분간 어려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삼성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각종 비용 절감에 나섰다. 그 결과 삼성의 작년 투자 집행액은 연초 계획(47조8천억원)에 다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때문에 삼성은 내년 투자를 올해보다 '소폭' 확대하는 선에서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투자확대 기조를 이어왔지만, 아직도 경기전망은 어둡다"며 "따라서 이제는 투자를 어느 정도 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미래 투자와 사회적 책임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 투자규모는 최소한 작년보다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삼성의 올해 투자규모를 46조~50조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투자 방향은 다소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룹 전체 투자의 70% 정도를 차지하던 삼성전자의 투자액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대신, 신수종 사업을 중심으로 다른 계열사의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삼성전자에서는 반도체 설비투자가 작년 예정액(15조원)보다 대폭 줄어든 10조원 이내로 조정되는 대신, 연구개발 투자비 등이 증액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부문 등의 투자는 상황에 맞게 조절될 수 있다"며 "하지만 신수종사업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언제나 그랬듯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u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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