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올해로 입행한지 27년. 이 가운데 채권ㆍ외환ㆍ스와프ㆍ파생 등의 상품을 대상으로 한 트레이딩과 관련한 업무에 직ㆍ간접적으로 종사한 기간만 20년.

지난 15일 산업은행의 부행장으로 승진한 민경진 국제금융부장의 얘기다.

산은 내부에서는 민 부행장을 '트레이딩센터의 산증인'이라 부른다.

1990년대 초반 산은의 금융공학실을 모태로 하는 트레이딩센터를 만들 때부터 민 부행장은 그 자리에 있었다.

정해근 동부증권 부사장과 윤재근 산은 개인금융부장 등이 트레이딩센터의 초기 멤버들이다.

민 부행장은 인사부에서 3년, 비서실에서 4년을 일한 것을 빼면 나머지 기간을 꼬박 트레이딩 업무만 봐왔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런던지점에서 파생팀장을 하면서 힘겨운 '전쟁'을 벌였고, 2009년에는 런던지점장으로 부임하면서 다시 한번 국제 금융시장의 한복판에 섰다.

민 부행장은 영국의 맨체스터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한 기간을 포함해 영국에서만 9년 가까이 지냈다.

2007년에는 트레이딩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만 할 수 있다는 트레이딩기획팀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국제금융부장이 됐다.

민 부행장은 지독한 '워커홀릭'으로 유명하다.

새벽 3시에 부하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고, 저녁 약속을 끝내고 밤 11시가 넘어 후배들이 먹을 간식거리를 챙겨 다시 사무실을 돌아와 일을 하곤 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시장을 상대로 24시간 쉼없이 전쟁을 벌여야하는 트레이딩센터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성격 자체가 워낙 소탈하고 격의없이 지내는 성품이어서 민 부행장의 일 욕심에 불만을 갖는 후배들은 거의 없었다.

민 부행장은 자신을 '장사꾼'이라 부른다. 은행에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들을 거래해 온 자신의 이력을 그렇게 붙인 것이다.

민 부행장은 앞으로 트레이더의 세계를 떠나 산은의 리스크관리를 총괄한다. 전혀 다를 것 같지만 트레이딩과 리스크관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형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리스크관리 전략을 세우는데 온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라고 했듯이 글로벌 규제ㆍ비규제 환경 등을 면밀히 분석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서 "미시적인 부분과 거시적인 부분을 두루 살펴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운영하는데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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