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보통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 직원들이 업무를 빨리 마치고 퇴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증권사에 따라 일주일에 한번인 경우도 있고 적어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오후 5시쯤 업무를 마치게 조치한다.

증권 유관기관들과 금융권에서도 공통적으로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왔다. 하지만 '가정의 날'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이야기가 돌자 지난 23일 김경동 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사내방송에 나섰다.

김경동 사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가정의 날을 맞아 조속히 업무를 마치시고 가정에 돌아가주십시오"라며 직접 직원들의 조기 퇴근을 독려했다.

부서장들의 눈치를 봐가며 일찍 퇴근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사장이 직접 나서 사기 진작에 나선 것이다.

김경동 사장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예탁원은 보통 사내방송 음악을 통해 '가정의 날'을 알리곤 했지만 김경동 사장이 나서면서 직원들은 어느 때보다 서둘러 귀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예탁원은 '가정의 날'이라는 형식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직원들은 업무 부담 등으로 제대로된 '가정의 날' 혜택을 누리지 못해왔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장이 직접 나서 조기 퇴근을 독려하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예탁원 관계자는 "김경동 사장이 직접 사내방송을 한 것은 예정에 없었던 일"이라며 "사장님이 직접 퇴근을 독려하니 직원들은 부담감 없이 일찍 귀가할 수 있어 사기진작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 기관의 장이 직접 나서 퇴근을 독려한 일은 최근 기획재정부에서도 있었다.

지난달 5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청사 내 안내방송을 통해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라는 권유의 메시지를 남겼다.

재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 오후 5시30분이면 '정시퇴근 알리미' 안내방송을 내보내왔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대상 30개국 가운데 터키 다음으로 길다. 주당 44.6시간이나 된다.

한 대형증권사 직원은 "항상 정시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하는데 한달에 한번 있는 가정의 날만이라도 일찍 퇴근해 쉬고 싶다"면서 "선진국가가 되려면 일할 때 하고 쉴때 쉬는 노동문화가 정착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증권부 변명섭 기자)

msbyun@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