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매주 목요일 오전. 금융감독원 업무는 '블랙아웃(black out)' 된다.

흔히 여름이나 겨울철 전력 수요가 급증해 정전 사태가 오는 것을 블랙아웃이라고 하는데 금감원의 '블랙아웃'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금감원은 매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최수현 수석부원장 주재로 부원장과 부원장보(補) 급 임원들이 전략홍보협의회를 연다.

전략홍보협의회에서는 내주 언론에 배포될 보도 내용을 미리 점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도자료 문구 수정을 임원들이 직접 지시하는 작업을 한다.

이 자리에는 은행과 중소서민 업무를 총괄하는 주재성 부원장과 금융투자 등 시장 감독을 총괄하는 김건섭 부원장 외에도 6명의 부원장보가 모두 회의에 배석한다.

권혁세 원장을 제외한 국실장급 이상의 임원진이 총출동하는 셈이다.

내주에 보도할 자료를 준비한 부서의 담당 국장과 실무자급 팀장도 회의에 참석한다.

목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이 회의를 두고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업계 등 금융권에서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이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평일 오전 9시에 금감원 주요 임원들이 '몽땅' 회의에 올라가 있으니 업무가 사실상 마비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보도자료 내는 데 해당 부서와 관련이 없는 임원들까지 그 회의에 다 참석해야 하는 건 조직의 비효율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에서도 '업무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목요일마다 이런 회의를 하는지는 몰랐다"면서 "업무 때문에 금감원 간부에게 전화하면 임원이 전부 자리를 비워 당황한 적이 몇 번 있다"고 언급했다.

내부적으로는 전략홍보협의회의 목적이 '국ㆍ실장 군기잡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업무상 미비점을 두고 상급자가 부하 직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나치게 공개적으로 '망신주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0명에 가까운 임원들이 담당 국장에게 팀장들이 보는 앞에서 '보도자료를 아예 새로 만들어 오라'며 면박을 주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괜히 업무를 열심히 해서 보도자료 내려다가 전략홍보회의에 불려 올라가 혼쭐나지 않을까'하는 회의론도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임원들이 다 모여 있는 자리라 국장에 대한 지적 사항이 나오면 국장들이 평소보다 더 무겁고 아프게 지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회의를 하면서 지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며 "업무의 연장선으로 회의를 이해해야지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산업증권부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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