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상법 개정에 따라 '경영진의 권한을 강화하면서도 책임을 줄이는 정관 변경안'이 예상보다 무난하게 각 기업의 주주총회를 통과되면서 26일 IB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관을 변경한 기업들은 빠른 자금조달과 이를 바탕으로 M&A와 같은 경영상의 중요 변동 사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추후 기업이 받을 배상금을 제한하는 조항이기도 하다.

결국, IB 업계 입장에서는 기업의 정관 변경이 영업 확대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한 기업 리스크도 자세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3일까지 주총 결과에 따르면 적잖은 기업들이 여러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우선주에 한해 의결권 없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된 보통주를 발행할 수 있다.

상환이나 전환조건부 주식 발행도 쉬워졌다.

과거에는 주주가 상환·전환을 요청할 수 있는 주식만 발행하고 상환의 경우 현금으로만 대가를 지급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주주 요구 없이도 회사가 상환 또는 주식으로 전환하고 현금뿐만 아니고 유가증권이나 다른 자산으로 지급할 수 있다.

또, 기업들은 이사회가 대표이사에게 사채의 금액·종류를 정해 1년을 초과하지 않는 기간 내에 사채 발행을 위임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필요할 때 CEO의 판단하에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신주를 제3자에게 배정할 때 주주통지를 의무화하는 등 주주권리 강화 내용도 정관 변경안에 포함했으나 과거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업들은 이사 등의 책임을 경감하는 안도 통과시켰다. 이사 또는 감사의 책임을 그 행위를 한 날 이전 최근 1년간의 보수액의 6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면제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정관 변경을 바탕으로 M&A와 투자도 더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국내 IB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정 상법이 주주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경영활동에 따른 책임을 낮추고 자금조달을 효율화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따라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해 투자도 확대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IB에는 기회"라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업들이 보다 과감하게 M&A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IB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정관 변경을 기회로 인식하면서도 기업 리스크가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사의 책임 경감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주주권 침해 등의 이유가 가장 크지만 보다 책임을 갖고 신중한 투자를 하라는 요구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포스코는 주총 중에 안건을 철회했고 일동제약은 표 대결까지 가서 통과시키지 못했으며, 대림산업과 풍산 등은 주총 전에 안건을 철회하기도 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이사의 책임을 경감시키는 것이 소액주주들이 대표소송 등에 승소하더라도 실제 회사가 받을 배상금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다른 IB의 관계자는 "빠른 의사결정은 변동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장점이겠으나 한편으로는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며 "채권 인수 등 IB 영업에서 기업 리스크 평가를 더 철저하게 수행할 필요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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