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한국항공우주(KAI)[047810] 매각 본입찰이 오는 30일로 다가온 가운데 인수후보인 대한항공[003490]과 현대중공업[009540]이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TV광고까지 동원하고 부산시와 클러스터 조성 등 항공산업 육성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KAI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이렇다 할 인수의지 표명없이 KAI 노조 방해로 실사에 차질이 빚어지는 점을 매각 측에 항의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인수 주관사조차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별다른 언질을 받지 못하고 묵묵히 업무만 수행할 뿐이다.

26일 IB 업계는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의 본입찰 불참 가능성과 함께 특유의 비밀주의 때문이라는 해석을 동시에 내놓았다. 이 같은 해석은 과거 M&A와 자금조달시장에서의 현대중공업 행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현대중공업은 상당히 보수적이다.

그룹 계열인 현대미포조선이 CJ투자증권(현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을 제외하고 대한통운, 대우조선해양 딜에도 참여했다가 맥없이 물러났다.

지난 2009년 말 현대종합상사를 인수 계약을 체결했으나 그해 5월 단독 응찰하고도 매각 측과 가격 이견을 좁히는 못해 유찰을 초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심지어 2009년 4월에는 무려 7년 만에 공모사채를 발행하면서 인수 증권사에 철저히 입단속을 시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국내 IB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현대중공업이 비교적 큰 딜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인수한 곳은 CJ투자증권이 거의 유일"이라며 "현대종합상사와 현대오일뱅크는 단독 인수였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에서도 유독 보안을 강조하는 등 현대중공업의 보수성과 비밀주의는 워낙 유명하고 이는 이번 KAI 인수전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1조원이 훌쩍 넘어가는 KAI 인수 예상가격과 대한항공보다 훨씬 떨어지는 시너지를 고려하면 현대중공업이 인수전에 참여해도 대한항공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IB 업계는 내다봤다.

그만큼 대한항공의 인수의지가 워낙 강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가 적정가격 인수와 상대방 인수의지의 진정성을 언급했으나 이는 현대중공업 참여에 따른 인수가격 상승을 견제하려는 전술로 해석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전일에도 부산시와 MOU 체결로 경남 사천에 있는 KAI가 이전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부산 테크센터와 유사한 규모의 투자를 사천지역에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인수한 후 별도로 운영하는 것과 같이 KAI도 사천지역 중심으로 분리 운영할 계획도 재차 거론했다.

또, 틈날 때마다 언론을 통해 항공기 제조.정비 능력을 강조해왔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올 8월 예비입찰에도 불참한 현대중공업과 일찌감치 인수를 준비해온 대한항공과 대결이어서 싱겁게 끝날 수 있다"며 "대한항공 재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명색이 대기업인데 1조원대 자금에 흔들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뒤늦게 나선 현대중공업이 정상적인 실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깜짝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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