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연락처 dollar@kita.net

▲직장의 상사가 당신에게 물어왔다. 귀찮고, 힘들고 즐겁지도 않으며, 보람도 없는 일이지만 업무의 성격상 반드시 해야 한다. 그래서 그 일을 앞으로 한 달 후인 3월2일에 7시간 할 것인지, 아니면 두 달 후인 4월2일에 9시간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한다. 바보가 아니라면 당신은 의당 노동시간이 2시간 적은 3월2일에 일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상사가 그 요청을 해온 날이 바로 3월2일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은 당장 오늘 귀찮고 힘들고 즐겁지도 않은 일을 하느니 일단 한 달 뒤인 4월2일로 미루는 것을 선택한다. 그렇게 하면 일을 2시간 더 해야 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지난주에 필자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기법을 강의하였다. 누군가가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느냐?”라는 질문을 해왔다. “손해는 적게 보고, 수익을 많이 얻으면 됩니다.”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답을 해줄 수밖에 없었는데, 덧붙여 “손절매(stop loss)를 잘하면 분명히 수익이 납니다.”라고 강조하였다.

물론 나도 잘 안다. 반복하지만 손절매를 해치우는 것이 말하기는 참으로 쉬우나, 정작 실천하기는 너무나도 어렵다는 사실을 내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다. 나라고 손절매 하는 일이 쉬웠겠는가? 천만에! 그게 참으로 힘들다. 조금만 버티면 수익이 날지 모른다는 희망과 그래서 기다려보자는 유혹이 마음속에서 스멀거리는데 그걸 뿌리치고 냉철하게 손절하고 손해를 확정하는 일이란 정말 죽기보다 어렵다.

글의 첫머리에 소개하였던 사례에서 똑똑히 말하고 있다. 사람들로서는 귀찮고 즐겁지 않은 일을 당장 해치우기가 내키지 않는다. 그러니 일단 뒤로 미루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손절매를 해치워서 당장 손실을 확정하기보다는, 일단 뒤로 미루어놓는 쪽을 선택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칫 그로 인하여 손실이 커질 수 있음을 번연히 알면서도 말이다.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다. 이성적 판단으로는 하락하기만 하는 주식을 얼른 팔고 싶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얼른 손절매를 하지 못한다. 그 결과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늘렸고 결국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다. 그 사람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그럴수록 손절매를 독하게(!) 해치워야 한다.

(주간 코스피지수 전망)

내 글의 독자 중에는 예전 ‘천리안’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사람들도 많다. 거의 20년간 내 글을 읽어 온 분들이다. 그러니 이들은 어쩌면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안다. 그런데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최근에 내가 좀 달라졌다는 게다. 전에는 “사라!” 혹은 “팔라!”고 똑 부러지게 주장하더니 요즘에는 두루뭉수리 은근슬쩍 넘어간다고 한다.

그들의 지적이 옳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유가 있겠다. 아무래도 내가 그때보다는 나이가 좀 들었기 때문(이런 말 하기는 정말 싫지만)일 터이고, 또한 글이 실리는 지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리안은 내 개인 사이트였지만 여기는 다르지 않은가? 그래도 나름 글 속에 의미를 담고 있으니 당신들이 알아챌 일이다. 예컨대 내가 왜 뜬금없이 손절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 있는 자들은 들을지니.

지난주에 나는 일목균형표 변화일을 언급하였다. 사실을 말한다면 변화일을 의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일목균형표에는 기존의 추세가 전환(reversal)되는 것도 변화이지만, 기존의 추세가 더 강화(accelerate)되는 것도 변화라고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변화일을 단순히 추세가 바뀌는 날로 간주하였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내가 변화일을 언급하였던 것은 역시 추세가 바뀔 공산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변화일로 지목되었던 지난주 수요일(1월25일)의 장중고점 1,973.35이 현재까지 최고점 혹은 분기점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날 이후의 추세가 하락세로 바뀌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강력한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적어도 1,973.35를 넘어서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는 한, 1월25일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옮겨가는 변화일이라는 명제는여전히 성립한다.

지난 주 후반에 지수가 더 이상 오르지 못하자 기술적 지표들은 피로감을 나타내고 있다. 스토캐스틱과 같은 단기 기술적지표들은 슬슬 매도신호를 형성하였고 거래량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비단 변화일이 아니더라도 여러 징조로 미루어보아 조정이 나타날 법한 시점이기도 하다.

당장에 2,000선이라는 강력한 저항선을 뛰어넘기에는 동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지난주까지의 상승 일변도에서 이번 주는 ‘일단 후퇴’ 모드가 되겠다. 지지선을 찾아보는데, 구름 상단은 1,860이나 되므로 거기까지 후퇴할 공산은 아직은 낮다. 전환선이 놓여있는 1,906 그리고 기준선과 20일선이 동시에 걸쳐져있는 1,880이 1, 2차 지지선이 되리라 예상된다.

(달러-원 주간전망)

역시 변화일이다. 지난주 이 글에서 나는 달러-원 차트에서도 역시 변화일이 목격되는데, 참으로 우연인지 코스피지수의 변화일과 서로 일치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그만큼 변화일을 전후하여 추세가 바뀔 확률이 높았던 게다.

코스피지수는 1월25일의 장중고점을 분기점으로 하여 상승-하락의 변화가 나타났는데, 달러-원의 경우는 1월26일의 장중저점 1,120원을 분기점으로 하여 하락-상승의 변화가 나타났다. 변화일은 코스피와 달러-원이 하루 차이가 났지만 어차피 1월25일과 26일을 변화일로 지적한 바 있으니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1,120원의 장중저점이 변곡점으로 작용한 1월26일의 경우, 캔들차트 패턴은 시가와 종가가 똑같은 도지(doji, 十자모양)로 나타나 있다. 도지는 전형적으로 지지선 혹은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패턴이다. 더구나 1,120원이 심리적 지지선이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모든 것이 들어맞는다. 그 이후의 움직임은 상승으로 나타나리라 쉽게 예상된다.

기술적 분석과는 다소 다른 이야기인데, 당국의 입장으로서는 아무리 물가를 중시하지만 달러-원이 이처럼 무작정 밀리는 것을 방치하지는 않을 터. 오늘(1월30일) 발표될 1월 국제수지도 환율의 향방을 좌우할 요인이 될 것이다. 물론 나는 국제수지건 뭐건 차트로 보아 달러-원이 반등하리라 전망하고 있다만.

달러-원은 워낙 일목균형표 구름과 멀찌감치 떨어져있어 저항선을 발견하기 마땅치 않다. 후행스팬 역시 마찬가지인지라 난감하다. 일단 하락갭이 나타났던 1,129~1,133이 눈에 들어오는 정도. 갭 이론에 이르기를 ‘갭은 원래 채워지라고 나타나는 것’이라 하였으니 그 이론을 따르더라도 1,129~1,133원 언저리까지의 반등을 기대해본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반등은... 글쎄다 아직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만일 반등폭이 커진다면 그다음의 목표나 저항선은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서울=연합인포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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