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40년 전에 혈혈단신으로 도일(渡日)해 자수성가한 재일교포 A씨가 최근 서울 종로구 북촌 마을에 전통 한옥을 사들여 정착했다. 그동안 조국이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됐고, 서울을 방문한 그의 일본인 친구들은 발전상에 눈이 휘둥그레진다고 말했다.

A씨의 일본인 친구들이 한국을 부럽다고 말하는 이유 4가지를 전해 들었다.

첫 번째는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의 질주다. 작년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30조원. 삼성의 세계시장 제패는 일본인들에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30년전 한국이 일본의 퇴직기술자들을 모셔가고 곁눈질해서 기술을 베낄 때만 해도 삼류들이 뭘 하겠느냐고 얕봤다. 세계 최고 기술대국인 일본에 한국은 식민지 땟국이 빠지지 않는 뒤처진 하수(下手)였다. 무질서하고 시끄럽고 지저분한 2등 신민(臣民)인 센징(鮮人)들이 얼마나 따라올 수 있겠나, 이렇게 생각하던 일본인들이 이제는 한국기업에 대해 위기감을 넘어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

두 번째 부러운 점은 한국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이다. 인천공항이 대표적이다. 일본인들은 한국의 관문에 도착하면서부터 '이게 뭐여?'하며 입이 떡 벌어진다. 초현대식 디자인과 규모, 승객 처리 능력, 부대시설에 놀란다. 일본의 도로, 교량, 건축물은 대부분 80년-90년에 완공돼 디자인이 구닥다리이고 노후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남도지방을 자동차로 여행갔다 온 A씨의 일본인 친구는 '최신 도로망이 전국적으로 완벽한 한국같은 나라는 세상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 번째 시샘은 한류(韓流)다. 일본인 친구들은 과거에는 연말 NHK 청백전과 일본 여성잡지가 아시아에서 자랑거리였지만 이제는 이류로 추락한 지 오래라고 자탄한다. 한국의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2000년대 들어 천지개벽했다. 일본의 드라마와 뮤직비디오는 너무 밋밋하고 재미가 없다. 극명하게 표출된 사례가 말 춤 추는 싸이다. 한국의 B급 대중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폭발적 관심을 끈 사실에 일본인들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한국인은 좋게 말해 역동적이고 나쁘게 말해 급하고 다혈질이다. 이런 기질은 문화를 비롯해 정치와 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역사소설가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는 한국인의 이런 특성을 우랄 알타이 퉁구스의 원형질이 남아있기 때문이고 분석했다. 기마민족의 피가 더 많이 흐르기 때문이며 이것이 오늘날 한국을 바꾸는 힘이라는 얘기다.

네 번째로 A씨의 일본인 친구들이 동경하는 대목은 한국의 아줌마다. 한국 여인들은 언제나 남편에 대해 한결같지만 일본 여성들은 면종복배(面從腹背)한다. 가부장이 힘이 있을 때는 복종하는 척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막판에 야멸치게 황혼 이혼도 불사한다. 남편이 퇴직금 받는 때가 버려지는 날이다. 반면에 한국 아줌마들은 배신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 여자에게 장가들고 싶다고 했다.

A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본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앞의 세 가지는 공감했지만, 네 번째 대목은 한국 아줌마들도 요즘 많이 변하고 있으며 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충고해줬다.

일본인 친구들의 이 모든 한국에 대한 부러움이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계속될지 궁금하다.

(취재본부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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