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채권거래세 및 외환거래세 논의는 외환당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구두개입의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 최종구 차관보 등 최고 당국자가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아직은 초보적인 논의 단계이기 때문이다. 실제 도입에 따른세수확보 등도 당장은 가시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됐다.

▲ 퍼져가는 금융규제 공감대..외환당국 '불감청 고소원'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확대해온 이른바 '핫머니' 규제가 최근 격화되는 환율전쟁을 계기로 더욱 활발해졌다.

브라질의 경우, 2009년 10월에 외국인의 국채투자 자금의 헤알화 환전시 금융거래세 2%를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해 세율을 순차적으로 6%까지 상향 조정했고, 유럽연합(EU)은 지난 22일 독일과 프랑스 등 11개국을 주축으로 금융거래세 도입 방침을 승인했다.

또 자본자유화를 주장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2월 '자본유출입 관리와 자유화에 대한 공식입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적절한 금융규제와 감독이 수반되지 않으면 자본자유화는 변동성과 취약성을 증폭시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혀 글로벌 금융규제 논의에 힘을 실었다.

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국내 외환당국은 이같은 움직임에 고무된 모습이다. 외환시장 안정을 책임지는 당국 입장에서 시장을 조율할 수 있는 도구를 더 만들 여건이 조성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기 때문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해 11월 민주당이 발의한 토빈세법(외국환거래세법)에 대해 "말 그대로의 토빈세는 도입이 어렵지만, 어떤 형태가 됐든 자본유출입 통제장치를 가지느냐 마느냐 하는 면에서 외환당국 입장에서만 본다면 가지는 것이 당연히 좋다"고 말한바 있다.

이후 원화가치 강세로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또 최근 환율변동성이 커지자 최 차관보는 지난달 30일 "외환거래세와 채권거래세 등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혀 불붙는 금융거래세 논의에 기름을 부었다.

▲ 넘기 힘든 '정치'의 벽 = 외환당국의 의지에도 금융거래에 대한 실제 과세방안이 도입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부는 지난해 9월 2016년부터 파생상품에 1bp의 거래세를 부과하되, 필요시에는 세율을 영세율까지 낮출 수 있도록 한 내용의 법안을 세법개정안에 포함시켰다.

파생상품 거래세는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통 공약사항이기도 했지만, 업계의 반발로 실행시기가 2016년으로 늦춰졌고, 그나마 한국거래소가 위치한 부산지역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가 더해지며 국회 통과에 실패했다.

금융거래세가 실제 도입되기까지는 파생거래세보다 더욱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증권가 등 관련 업계의 반발이 더 거센데다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독자적인 토빈세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선거기간 중 "(토빈세는) 독자적으로 도입하기보다 국제적으로 공론화하고 공감대를 이뤄 도입하는 게 좋다"고 밝힌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평상시 0.02%, 위기시 10~30%의 세금을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2단계 토빈세'를 발의하며 국회에서의 관련 논의를 주도하는 민주통합당의 민병두 의원실은 '법안이 통과되기만 한다면 세율 등의 세부적인 내용은 모두 변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입법과정의 어려움과 법안의 상징성 등을 감안했을 때 실질적인 세수확보 등은 부수적인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한 셈이다.

▲ '득보다 실' 우려..'실도입보다 환시 개입도구' = 금융거래세 도입에 따른 국채 발행금리의 상승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채권시장이 위축 위축되면서 국고채 유통 및 발행금리 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79조7천억원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으로, 발행금리가 0.01%만 높아져도 해마다 수백억원의 이자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반면 금융거래세가 도입될 경우, 거래 위축으로 기대한 만큼의 세수가 걷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980년대 주식 및 채권에 거래세를 부과한 스웨덴의 경우, 현물채권 거래규모가 최대 85%까지 급감하며 세수가 당초 기대의 3.3% 감소해 거래세를 폐지했다. 또 1980년대에 파생상품에 거래세 및 소득세를 부과했던 일본은 거래량이 80% 이상 급감하자 1999년에 거래세를 전명 폐지한바 있다.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거래세 도입에 따른 금융시장 위축과 그에 따른 변동성 확대를 감안할 때 정부가 성급하게 채권거래세를 도입하지는 않을 것으

로 예상된다"며 "당분간은 이를 하나의 외환시장 개입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실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김효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IMF와 G20회의 등에서는 과도한 자본유입과 높은 자본변동성이 존재할 경우 자본이동관리 정책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채권거래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크고, 환율 및 금리 변동성에 따라 세율을 2단계로 차등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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