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정부가 외환거래세와 채권거래세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논의에 불이 붙었다.

거래세 도입 시 효과부터 금융시장 타격 가능성, 도입 시기의 적절성 여부 등 어느 하나 논란이 예상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시장에서는 특히 거래세 도입에 따른 외환 및 채권시장 축소 가능성에 큰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다.

당국은 거래세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부작용 지적은 물론 건설적인 대안 제시까지 폭넓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도입시기 논란..= 외환 및 채권거래세 도입과 관련해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자본유입 억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현 시점에서 적절하냐는 논란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양적완화 종료 가능성 등으로 자본 유출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다만, 정부의 견해는 현 시점이 규제를 도입할 수 있는 적기라는 데 흔들림이 없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모두 규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점은 이미 늦은 것"이라면서 "정부로서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달러-원 환율이 급등하는 국가적 위기 상황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펀더멘털로 원화가 강세로 가는 상황에서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학계 등 전문가들도 향후 자본 유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자본 유입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제어 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채권거래세..'시장조성 기능' 관건 = 채권거래세는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도 도입을 예고한 만큼 우리 정부도 대외적인 부담을 덜 가질 수 있는 제도다.

내국인과 외국인 차별이 없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본자유화 규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EU 내 11개 국가는 채권과 주식 거래에 대해 거래세를 부과하는 정책에 합의하고, 세부적인 과세 방안을 조율하는 중이다.

최근 가장 눈에 띄게 늘어난 분야가 외국인 국채 투자고, 외국인의 국채 보유 비중 증가시 원화 절상뿐만 아니라 통화정책의 독립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당국도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실제 유럽과 아시아 국가 중앙은행 등을 대상으로 국채투자 최소화 협의를 꾸준히 진행해 오기도 했다.

채권거래세가 도입되면 최대 파장은 시장조성 기능의 상실 여부다.

A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수십퍼센트의 환율 절상 등을 노리고 장기로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거래세는 실제로 큰 제약이 아닐 수 있다"면서 "외국인 채권수익에 대한 과세가 부활된 이후에도 외국인 투자 자금에 큰 변동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래세를 부과하면 결국 단기 트레이딩으로 시장을 조성하는 기능이 타격을 입는다"면서 "유동성이 줄면서 변동성 심화는 물론 전반적 금리 상승으로 정부나 기업의 자본조달 비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웨덴이 지난 1989년 채권거래세를 부과했다가 급격한 시장 위축으로 2년만에 폐지한 사례 등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채권거래세를 도입한다면 평상시와 위기 시를 구분하는 '슈판세(Spahn)', 만기별 차등 과세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외환거래세..'자본자유화 규약' 발목 = 외환거래세는 과세 대상 선정부터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

현재 외환거래세(IOF)를 시행하는 브라질은 주식과 채권 등 포트폴리오 투자 목적의 해외자금에 각각 0%와 6%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OECD 자본자유화 규정에 어긋나는 만큼 우리 정부가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에만 선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기 어렵다. 외국인 자금 중 직접투자(FDI) 등을 정치하게 구분해 내기도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과세 범위를 내국인을 포함한 외환거래로 확대하면, 무역금융 등의 비용 증가 문제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파생거래를 과세대상에 포함할지도 논란이다. 정부는 전통적인 의미의 토빈세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로 파생거래를 통한 우회 거래 가능성을 꼽은 만큼 제도를 도입한다면 과세 대상에 포함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스와프 등 파생거래 전반에 세금이 부과되면, 외환시장의 급격한 위축이 불가피하다.

김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거래세가 채권거래세보다 광범위한 자본유출입 억제가 가능하지만, 외환거래량이 크게 축소되면 외부 충격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당국, '대안 포함 의견 달라' = 정부도 이같은 다양한 문제에 대한 시장과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는 자세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물론 도입 여부까지 결정된 바가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장 참가자 등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예들 들어 채권거래세 도입 시 시장조성 기능약화 방지책 등은 정부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대목이다"면서 "은행권 등이 과세시 예상되는 거래축소 규모, 시장조성 기능 유지를 위한 대안 등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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