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 1일 아침 여의도 메신저에 한 증권맨이 동기들에게 남긴 긴 글이 퍼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여의도에서 메신저 '퍼 나르기'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최근 어려운 증권사들의 남모르는 현실이 반영되며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간다.

상황은 이랬다. 지난달 30일 여의도 증권가에는 A 증권사 퇴직자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 메시지는 이른바 용기있는 퇴직자의 '돌직구'로 불렸다.

그는 '마른 수건도 계속 쥐어짜면 찢어진다'며 강도 높은 업무 환경과 비전 없는 회사의 미래를 지적했다.

이튿날 메신저에는 '돌직구 2탄'이라는 제목하에 A 증권사로 이직한 또 다른 증권사 직원이 전 직장 동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퍼졌다. 전날 파문을 일으킨 돌직구 메시지에 대한 변(辯)이었다.

이 직원은 A 증권사는 자신이 그동안 몸담고 있던 B 증권사의 업무 강도의 '초딩'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B 증권사를 '직원을 직접 해고하는 대신 머리를 써서 직원 스스로 나가게 하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사건에 곤혹을 느꼈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메시지는 사내 인트라넷이나 회사 메신저에서 주고받은 내용인데 사생활에 가까운 부분까지 회사에서 관여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래도 회사에는 이미지 손실이 커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기에 내부적으로 고민이다"고 귀띔했다.

여의도는 '뒷말'과 '카터라 통신'의 천국이다.

하지만, 자신의 실명과 소속을 정확하게 밝힌 최근의 메시지 촌극은 그냥 웃고 넘기기만은 어렵다.

두 메시지는 모두 먹고살길 없는 증권사, 강도 높은 영업 환경, 구조조정을 얘기했다.

금융은 신뢰로부터 시작되지만 정작 직원들 간에는 신뢰가 부족하다는 성찰도 담겨 있었다.

후배들의 솔직한 고백에 선배 금융인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살림살이 팍팍해진 증권가의 현실이 메신저에 고스란히 담겨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력감축에 연봉삭감까지 업계가 어렵다 보니 이런 이야기가 더 회자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증권맨들이 공감하는 걸 보면 특정 증권사만의 얘기가 아닌 것 같아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럴 때일수록 회사의 문화가 중요하다"며 "어려울 때 내부에서라도 보듬어주는 조직 문화가 빛을 발할 때"라고 덧붙였다.(산업증권부 정지서 기자)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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