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확실히 뉴스메이커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도 가히 노이즈 마케팅이라 할 만큼 계속 이슈를 만들어내며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옹호하는가 하면 재산세 반환과 지하경제로 조성된 자금에 대한 세금을 사면하겠다고 공약해 입방아에 올랐다. 전자는 그에 대한 지지율을 낮췄지만 후자는 지지율 상승의 발판이 된 모양새다.

이번 총선에 뛰어든 6개 정당 가운데 지지율 1위는 중도좌파 민주당. 그 뒤를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이 쫓고 있다. 양당 지지율은 이달 초만 해도 40%와 25%로 15%p 차이가 났지만 어느새 5%p로 좁아졌다. 하원에서는 최다 득표한 1개 당이 630석 가운데 과반인 340석을 차지한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지방별로 다수당이 갈리기 때문에 하원보다 변수가 많다. 현재 의석수가 많은 롬바르디, 시칠리아, 베네토 지방에서 자유국민당이 우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방들은 전통적으로 중도 보수 성향을 나타냈다. 여러모로 민주당이 단독 과반을 확보해 안정적인 내각을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이 연정을 구성한다면 가장 유력한 파트너는 마리오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 연합. 그런데 중도 연합마저 유권자에게 어필하지 못한 채 코미디언 출신인 베페 그릴로가 창당한 '오성(五星)운동'에 밀리고 있다.

4일 금융시장이 일제히 냉각된 것은 이처럼 베를루스코니가 떠오른다는 신호 때문이다. 민주당은 단독 내각을 구성하더라도 몬티 총리의 경제 개혁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는 공공연히 몬티의 정책을 거스르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민주당과 중도 연합이 힘을 합쳐 의회에서 안정적 과반을 확보하는 것이 이탈리아나 금융시장에 가장 긍정적인 결과라고 본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hj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