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교보증권 야구 동호회 `토네이도' 회원 10여명은 주말인 지난 2일 아침 여의도 근처에 있는 실내 야구연습장을 찾았다.

이들은 이곳에서 투구와 타격 연습을 하며 몸을 풀었다.

토네이도 회원들은 이번 겨울 유난히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말마다 모여 구슬땀을 흘렸다.

곧 개막하는 금융인들의 메이저리그인 `금융단리그'의 우승컵을 거머쥐기 위해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36개 금융회사 야구 동호회가 참여하는 금융단리그가 이달 중순 대단원의 막을 올린다.

금융단리그는 `청룡', `백호', `봉황'으로 이름붙여진 3개 리그로 구성된다. 리그마다 12개 팀이 참여해 자웅을 겨룬다.

청룡은 1부, 백호는 2부, 봉황은 3부 리그다. 각 리그에 참여하는 팀들은 해마다 순위에 따라 상위 리그로 올라가거나 하위 리그로 밀려난다.

바쁜 직장인들의 야구대회인 만큼 경기는 주말에만 열린다. 그러다보니 리그별 우승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경기는 겨울에 접어들어야 열리는 경우가 많다. 거의 연중 내내 대회가 진행되는 셈이다.

금융단리그는 올해로 10회째를 맞는다. 2004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공동 주최로 시작됐다.

그 배경에는 이정재 당시 금감위원장의 뜨거운 야구 사랑이 있었다. 학창 시절 야구부 선수 출신으로 열렬한 야구팬이었던 이 전 위원장은 금융회사들의 야구대회를 처음 제안하고 산파 역할을 했다.

금융단리그는 금융권의 친목을 다지기 위한 행사이지만 출전팀들은 회사의 명예를 걸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경합을 벌인다.

이 때문에 탁월한 실력으로 회사를 우승으로 이끄는 에이스는 영웅 대접을 받는다.

작년 1부 리그 우승팀인 우리파이낸셜의 구지영(33) 대리가 대표적인 예다. 22개의 안타를 쳐 최다안타상을 받은 구 대리는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었다.

2011년에도 1부 리그에서 우승한 우리파이낸셜은 올해도 구 대리를 앞세워 3년 연속 금융단리그 제패를 넘보고 있다.

노익장을 과시해 화제가 되는 인물도 있다.

NH농협 퇴직직원인 나재선씨는 지난해 60세의 나이에도 1부 리그 NH농협 야구팀 `신토불이'의 투수로 맹활약해 젊은 후배들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야구와 회사에 대한 애정에서는 임원들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초 퇴직한 안정모(56) SC제일은행 전 부행장은 지난해 대회에서 2루수를 맡아 후배 직원들과 함께 뛰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규율과 매너가 지켜지는 것이 금융단리그의 매력이다.

교보증권 토네이도 회원인 이기준 대리는 "야구경기를 하다보면 어떻게든 이기려는 마음에 거친 플레이가 나오기 쉽지만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금융단리그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기 어렵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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