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7일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은 다소 의외였다. 유로화 환율이 "역사적으로 평균치에 든다"던 지난달의 평가를 반복할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과 달랐기 때문이다. ECB가 3월에 기준금리를 소폭 인하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ECB가 일본은행(BOJ)처럼 화끈한 완화 정책을 펼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ECB는 다른 중앙은행에 비해 환율을 그리 비중 있게 다루지도 않는다. 이는 현실적인 중기 환율 목표를 정하자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ECB가 독립돼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거나 "환율이 정책 목표는 아니다"라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가 침체되고 부채 위기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공산이 큰데도 ECB는 유로화를 약세로 이끌거나 부양책을 낼 의지가 없어 보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고용 극대화와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는 것과 달리 ECB의 목표는 오로지 물가상승률을 2.00% 밑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JP모건의 데이비드 맥키는 ECB가 금리를 정할 때 생산갭이나 실업률을 반영하고자 테일러준칙을 따른다 해도 적정 금리는 1.00%가 돼야 한다면서 이 기준에서도 ECB는 완만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한다. ECB의 현행 기준금리는 0.75%다.

회원국간 경제 격차가 크다는 점도 ECB를 더욱 신중하게 만든다. 모건스탠리 분석을 보면 유로화 적정 가치는 독일 입장에선 1.53달러고 프랑스에서는 1.23달러로 차이를 보인다. 골드만삭스도 ECB가 정책을 더 완화하려면 유로화가 1.40달러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ECB는 통화 정책을 변경하는 대신 국채 매입 프로그램인 'OMT(outright monetary transaction)'와 자본 확충,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개선으로 효과를 거두고자 한다. 다만 OMT는 정치적 이유로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가 거듭 밝혔듯이 ECB는 현재로서는 임무를 다했으며 이제 공은 회원국 정부에 넘어갔다고 보는 것 같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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