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영재 기자 =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정점에 올랐다가 돌연 프라이빗뱅커(PB)로 변신해 화제가 된 인물이 있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PB인 장득수(51)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장 이사는 작년 11월 초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을 그만두고 우리투자증권 PB로 영입됐다.

2000년대 초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하며 애널리스트로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장 이사였기에 그의 변신은 업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PB로 백의종군한지 갓 100일을 넘긴 장 이사를 14일 만났다.

"지금까지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100일의 소회를 묻자 장 이사는 이렇게 답했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시절에는 국내 주식에 치중했지만 PB가 돼보니 전세계에 널린 금융상품을 두루 살펴야 하더라는 것이다.

장 이사의 고객도 예전과는 다르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일 때는 불특정다수를 상대했다면 지금은 자산가 개개인이 고객이다. 그만큼 세세한 요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PB는 `종합예술가'라고 장 이사는 말한다.

"수없이 많은 금융상품과 다양한 고객의 요구 사이에서 양자를 적절히 이어주는 가교, 그것이 바로 PB 아닐까요"

이런 관점은 장 이사가 PB로 변신한 이유와도 무관하지 않다.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찾을 것은 결국 PB라고 생각했습니다. PB의 맞춤형 서비스야말로 금융업의 발전 방향에 부합한다고 봅니다"

PB로 새출발한 장 이사는 빠듯한 일과를 소화하고 있었다.

오전 7시쯤 출근해 미국 뉴욕증시 결과를 체크하고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가 소개하는 금융상품을 검토한다. 애널리스트의 시황 분석을 듣기도 한다. 국내외 언론 보도와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꼼꼼히 읽으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오후에는 사람들을 두루 만나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자산가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탐색한다.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 쌓은 경험과 식견을 PB에 접목해 독보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장 이사의 목표다.

"리서치센터장 경험이 있어 제대로 쓰인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쉽게 판별할 수 있고 운용본부장을 해봤기 때문에 어떤 펀드가 잘 운용되는지 보는 안목도 있습니다. 이런 점을 `주특기'로 살려야죠"

그가 금융시장에서 20여년을 보내며 체득한 식견도 훌륭한 자산이 될 수 있다.

"고액자산가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잘 물려주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식이 돈에 대한 바른 철학을 갖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금융시장에서 보낸 세월을 되돌아보며 `나의 철학은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 이사는 자신과 같이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 배경을 가진 PB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젊은 시절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로 지식과 경험을 쌓고 나이가 들면 이를 바탕으로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것은 금융전문가의 좋은 경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죠"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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