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창 기자 = 쌍용건설[012650]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완전자본잠식에 빠지게 됐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현재 추진 중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으나 쌍용건설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매각 실기와 대주주로서의 지원 부족 등을 들어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운용하는 캠코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캠코 측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지원에 대한 법적 제약 등의 논리로 맞서고 있다.

게다가 쌍용건설의 일부 임원들이 자본잠식 공시 전 보유주식 일부를 팔아 '도덕적 해이' 비난까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연합인포맥스는 18일 쌍용건설에 대한 논란을 문답식으로 풀어봤다.



--지난 2008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동국제강에 반드시 쌍용건설을 매각했어야 했나. 매각 지연이 공적자금 극대화가 아닌 결과적으로 손실을 가져왔다는 주장은 타당한가.

▲동국제강은 당시 주당 3만1천원의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쌍용건설 주가는 2만원 내외에서 등락했다. M&A에 대한 기대도 반영된 주가였다. 동국제강은 인수전 승리는 물론 전체 매각 지분 중 24.72%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을 견제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써냈다

그러나 동국제강과 캠코의 협상은 결렬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동국제강이 2008년 하반기에 몰아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사전 합의에서 벗어난 가격 할인을 요구한 것이지만,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동구제강이 제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탓도 있다.

결과론이지만 동국제강이 쌍용건설을 인수했다면 현재 철강과 건설경기를 고려하면 양사 모두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크다.



--매각이나 자금지원에서 캠코가 유연하게 대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캠코가 2008년 동국제강이 인수대금 납부를 유예해주거나 합의에서 벗어난 가격 할인 요구를 들어줬을 경우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었다. 그 이후 거듭된 M&A와 자금지원도 마찬가지다.

쌍용건설이 지난해 법정관리행을 모색하며 캠코의 지원을 압박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그렇지만 캠코가 워크아웃을 선호하는 것처럼 법정관리로 갈 경우 공적자금 회수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캠코가 고유계정이나 부실채권정리기금으로 쌍용건설에 직접적인 지원을 하려면 공사법과 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캠코는 산업은행과 성격이 엄연히 다르다.

결국, 캠코는 쌍용건설 정상화를 위해 700억원 규모의 ABCP를 매입했고, ABCP 연장, 해외 사업 정상화를 위한 보증서 발급 등 허용되는 범위에서 지원에 나선 바 있다.



--쌍용건설의 자구 노력은 없었는가.

▲미분양과 PF 보증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지난해 9월에는 6본부 41부 6팀을 28팀으로 축소, 직원 30% 구조조정, 상여금 200% 반납, 소모성 경비 50% 삭감, 자산 매각에 나섰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80억원 규모의 우이동 ABCP를 임직원들이 자금을 모아 매입하는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에 앞서 매각 성사를 위해 우리사주조합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기도 했다.



--캠코의 조치에 아쉬운 점은 없는가.

▲동국제강에 매각 실패 후 지속적으로 M&A를 시도했어야 했다. 그러나 부동산과 건설 경기가 장기적으로 침체되면서 쌍용건설 상황은 더 나빠졌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목표에 발목이 잡히면서 매각 타이밍을 늦춘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또, 매각 실패는 인수후보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있었지만, 공공 딜(public deal)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물론 쌍용건설 자금 지원 문제의 경우 법까지 개정해가며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자칫 금융당국과 캠코의 우려대로 특혜시비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론스타로의 외환은행 매각 시비 이후 공무원들의 공포도 깔렸다. 구조조정기금과 산은이 선박펀드로 해운사를 지원했듯이 부동산과 건설 경기의 특수성을 고려해 금융당국과 캠코가 미리 유연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앞으로 쌍용건설 미래는.

▲가장 유력한 방안은 워크아웃이다. 캠코는 현재 협상 중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지만 시간이 없다.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홍콩계 PEF인 VVL은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하지 못했고, 말레이시아 사푸안(Safuan) 그룹 컨소시엄도 소극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캠코의 부실채권정리기금 청산기한이 오는 22일로 다가왔다. 더구나 쌍용건설은 자금을 수혈받지 않으면 이달 말을 넘기기 어렵다.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시간에 유증 협상을 매듭짓는 '기적'이 필요한 셈이다.

따라서 사실상 금융당국과 캠코도 유증 실패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캠코가 쌍용건설 지분을 23개 채권은행에 넘기고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안이 다음 수순이다. 지분을 넘긴 후 발생하는 손익을 사후 정산하겠다는 것이다. 규정대로 쌍용건설 지분을 국가에 현물 반환할 경우 국영건설사 탄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분이 넘어가면 쌍용건설이 워크아웃보다는 법정관리를 주장하는 채권은행 뜻대로 처리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과 캠코는 주주 가치가 덜 훼손되는 워크아웃을 관철할 방침이다. 지분을 넘겨도 당초 맺은 '공동매각협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금융당국과 캠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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