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금융당국이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로 어려움에 처한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당국의 이런 움직임은 보험사의 기초체력을 강화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업계 역시 자본확충은 물론 RBC 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업활동을 축소하는 등 당국의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RBC 제도 개선의 배경과 내용, 손보업계와 생보업계의 업권별 RBC 비율 현황과 개선 노력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한재영 기자 = 금융당국이 최근 RBC 규제 강화 방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보험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하나HSBC생명 등은 이미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을 확충했고, 메리츠화재 등 일부 보험사들은 RBC 비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보장성 인보험 판매와 관련해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보험업계, '발등에 떨어진 불' = 금융당국은 지난해 RBC 비율 산출의 신뢰수준을 상향 조정하도록 권고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턴 금리 역마진에 따른 예상 손실도 금리 리스크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 보험사들의 기초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당국의 RBC 제도 개선안이 쏟아지자 보험업계는 RBC 비율을 끌어올리고자 자본 확충에 나섰다.

자본확충 방법으론 유상증자가 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KB생명이 RBC 비율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고, 롯데손보는 지난해 93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농협생명과 농협손보는 일찌감치 농협금융의 회사채발행을 통해 4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외국계 보험사 중에서는 하나HSBC생명이 지난해 8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RBC 규제 강화는 보험사의 영업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RBC 비율이 급격히 하락하자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보장성 인보험 판매 비중을 축소했다. 보장성 보험 영업을 강화하면 매출은 올라가지만, 준비금 부담이 커져 수익성과 RBC 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앞으로도 RBC제도 강화를 통해 국내 보험사들이 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며 "다만 보험사들의 증자 일정 등을 고려해 당초 올 3월까지 신뢰수준을 99%로 맞추겠다는 계획은 올 하반기로 미뤘다"고 말했다.

▲RBC 규제 강화 배경과 내용은 = RBC 비율은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로, 이 비율이 낮으면 보험금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보험사로 여겨진다.

당국이 RBC 규제 강화에 나선 이유는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로 어려움에 처한 보험사의 건전성을 강화해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RBC 규제 강화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일까.

보험사들은 내달 말부터 기존 금리위험액에 '금리역마진위험액'을 추가로 적용해 금리위험을 산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금리부자산과 보험부채의 듀레이션 차이에서 오는 리스크만을 금리위험액으로 봤지만, 앞으론 금리역마진에 따른 손실도 따져야 한다.

향후 1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의미하는 금리역마진위험액은 보험계약에서 오는 부담이자에서 운용수익을 빼 산출한다.

다만, 부담이자가 운용수익에 못 미쳤을 때는 위험액을 '0'으로 한다. 마이너스(-)가 되면 기존 금리위험액 수치마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산출되는 금리역마진위험액 추가는 보험사들의 RBC 비율에는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RBC 비율은 당기순익 등이 포함되는 가용자본을 영역별 위험액 등을 합한 요구자본으로 나눠 구하는데 금리역마진위험액이 추가되면 산출식에서 분모 증가요인으로 작용해 전체적인 RBC 비율이 하락하는 것이다.

당국이 권고한 RBC 비율 150% 이상을 만족해야 하는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당기순익을 키우거나 증자를 통해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을 늘려야 한다.

지난해 초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RBC 비율 산출 시 적용하는 신뢰수준을 기존 95%에서 99%로 상향 조정토록 지도했다.

당국의 신뢰수준 상향 조치 역시 RBC 비율 산출 식에서 분모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RBC 비율은 하락하게 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신뢰수준 상향 조정 시 RBC 비율이 업계 평균적으로 50~6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신뢰수준 상향 조정에 따른 RBC 비율 하락을 고려해 200% 수준으로 RBC 비율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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