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유럽은 부채 위기 해결에는 단합이 잘 안돼지만 이 한 가지에 대해서는 일치단결하는 모습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유럽의회의 마르틴 슐츠 의장은 이탈리아 유권자가 베를루스코니에게 표를 던져선 안 된다며 직접적인 언사까지 서슴지 않았다. 올가을 총선이라는 큰 정치적 이벤트를 앞둔 독일에 이탈리아 총선 결과는 특히 관심사다. 재집권을 원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도 연합을 이끄는 마리오 몬티 총리의 승리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메르켈 총리와 가까운 몬티 총리가 집권하지 못한다면 가을 총선을 앞둔 메르켈에게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몬티 총리의 중도연합은 여론조사에서 4위에 머물렀다.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있지만 민주당이 크게 이긴다면 중도연합의 손을 굳이 잡을 필요가 없다. 부티크 자문사인 게이브칼의 아나톨 칼레츠키 (자본주의 4.0의 저자) 애널리스트는 21일자 보고서에서 "메르켈 총리가 몬티 총리와의 우정, 그에 대한 존경만큼이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를 싫어한다"면서 "몬티 총리가 24일 선거에서 굴욕을 당하면 이는 유럽연합(EU)의 정치적 성과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에 대한 독일의 접근방식에 완패로 비칠 것"이라고 말했다.

몬티 총리 세력이 새 정부에 참여하지 않으면 그동안 몬티 총리가 주도하던 경제 개혁 작업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 또 메르켈 총리는 이탈리아가 그동안 이행한 경제 개혁 프로그램과 몬티 총리에 대한 해외의 신인도를 근거로 유로존을 단결시키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었다. 몬티 총리의 패배는 이탈리아의 경제 개혁의 중단은 물론이고 유로존 결속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칼레츠키 애널리스트는 이번 총선 결과가 역설적으로 "이탈리아보다 유럽에 방해될 것"이라며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요구에 귀를 닫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이탈리아 새 정부를 지지하거나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를 용인하는 "끔찍한 진퇴양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경제부 이효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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