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서재형. 이름 석자만으로 1조원을 모았다. 자문사 전성기에 `자문업계 무서운 아이'였던 그는 그러나, 2년 만에 패배를 인정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자기 욕심 채우기 위해 `회사 팔고 자산운용사 사장 자리 얻어간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비우면 보인다"는 마음만 내비친 채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시골에서 자라 좀체 걸리지 않던 독감에 작년 연말 지독히 고생했다.

금융위원회가 창의투자자문과 대신자산운용 합병을 인가한 지난 22일 서재형 대표를 만났다. 이제 오너가 아닌 자산운용사 대표로 새출발한다.

서 대표는 "아픕니다. 고객들에게 아프고, 창업의 꿈을 버린 것도 아프고…"라며 말 문을 열었다.

"아프지만, 흐름을 역류하는 것은 고객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직원도 힘들다. 바람이 거꾸로 불고 있었다"고 회상한 그는 "고객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회사를 합병했다고 할 수 있는데 어려운 상태에서 고객 자산을 더 지켜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고백했다.

"2~3년만 먼저 창업했더라면 전혀 결과가 달랐을 것 같습니다. 깜냥도 깜냥이지만 천시(天時)도 그만큼 중요한데 너무 안 좋을 때 들어갔습니다. 변명 아닌 변명입니다"

창의투자자문은 2010년 12월에 영업을 시작했다. 코스피는 2,000을 넘너들던 때였다. 2011년 4월 2,231선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에 작년 9월 1,644까지 급락했다.

서 대표는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일주일 동안 400포인트 가량 빠졌던 작년 7월 28일부터 8월 초까지 가장 힘들었던 때로 기억했다.

서 대표는 "시황이 악화되고 손님 돈 지켜주지 못해 심적으로 굉장히 아팠다"며 "세상에 잘하고 싶었는데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보니 많이 아프다. 사업하는 사람은 아파하면 안되는데, 무한 책임을 지는 오너로서는 내가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사람마다 타고난 소명이 있는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오너를 잘할 수 있는 사람 따로 있는데 함께 병행할 수 없는 사람이 병행하다보니 원래 취지와 다르게 됐다는 얘기다.

"운용을 잘했다고 해서 운용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구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외에 마케팅을 해야 하니 역량이 나뉘어졌습니다. 내가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죠"

그는 창업의 꿈을 버린 것이지 운용의 꿈을 버린 것이 아니라고 했다. 정말 더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좋은 금융을 하겠다는 꿈도 여전하다

"나의 탐욕보다 고객의 탐욕을 위해 살아가는 게 금융인의 자세"라며 "고객을 버리지 않은 거니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조금 더 운용에 집중하고 더 운용역량 보강해 조금이라도 나은 수익률로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M&A 하면서 프리미엄 받았다는 소문에 손사래를 쳤다. 대신자산운용에 몇 년 임기를 보장받고 갔다는 얘기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무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가 갖고 있는 순자산 만큼의 가격에 매각했다"는 그는 창의투자자문에 남은 고객 자금은 대신자산운용의 자문운용본부와 펀드운용본부에서 나눠 관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 대표는 "회사를 매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직원 이탈이었는데, 이제는 운용사니까 인력에 여유가 있다"며 "펀드와 자문형 랩은 종목수도 다르고 소비자 취향도 다른 만큼 본부를 나눠 체계적으로 운용하겠다. 마지막 한명 손님까지 끝까지 관리하겠다"고 덧붙였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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