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서울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절대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외국인의 막강한 시장 영향력이야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그 정도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워진 것이 외국인에 휘둘리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장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전망이 크게 엇갈리며 국내 참가자들의 방향성 베팅은 제한된 모습이다. 이런 수급 부재 속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국채선물 매매에 채권시장 일희일비 = 지난주 외국인은 국채선물시장에서 '하루 팔고 하루 사는' 매매 패턴을 반복했다.

지난 18일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4천계약 넘게 순매도해 10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이후로는 사고팔고를 거듭하며 시장에 영향을 줬다.

19일에는 순매도 하루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서자 외국인 매도 전환을 우려했던 시장이 반색했다. 이날 국채선물 3월물은 전일 대비 10틱이나 올랐다.

다음 날인 20일에는 외국인이 7천계약 넘게 순매도했다. 국채선물 가격은 다시 8틱 미끄러졌다.

21일 외국인이 6천계약 넘게 국채선물을 사들이자 국채선물은 7틱 올랐다. 그러나 22일에는 외국인이 3천계약가량 순매도에 나서면서 선물 가격을 다시 끌어내렸다.

국채선물시장의 외국인을 따라 국고채 금리도 하루 오르고 하루 내리는 패턴이 이어졌다.

증권사 채권딜러는 "현재 시장 여건은 강세 베팅이나 약세 베팅 모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외국인만 활발하게 매매를 하고 있어서 일부 따라가기 전략을 시도하는 정도로 매매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리무중' 3월 금통위 =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채권시장 영향력이 세지는 것은 국내·외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전망이 혼선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장 다음 달 금통위 전망도 오리무중 상태다.

경기 상황만 놓고 보면 다음 달에도 기준금리를 급하게 내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2월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이 예상된다. 1월 수출이 10% 넘게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결과지만, 일평균 수출은 오히려 개선될 것으로 보여 전반적인 평가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1월 광공업생산은 반대로 큰 폭의 증가세가 예상되나 일시적 현상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그럼에도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새 정부와 정책 공조 차원에서 금통위 역시 경기부양에 방점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환율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한다.

외은지점 딜러는 "최근 김중수 총재 발언 하나하나에 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금리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방향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도 투자자들의 판단에 혼선을 주는 부분이다.

미국은 조기 출구전략 논란에 휩싸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전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양적완화 정책이 이른 시일 내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과 유사한 금리정책 궤적을 그려온 호주중앙은행(RBA)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렌 스티븐스 RBA 총재는 지난 22일 의회 증언에서 기준금리가 현재 적절한 수준에 있다며 금리인하 기조가 멈췄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증권사 딜러는 "최근 국고채 금리가 계단식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레벨 부담이 워낙 커진 탓에 이 기조가 이어지려면 결국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확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며 "아직은 정책 방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외국인 매매에 휘둘리는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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